"타인 성향 잘 반영하는 사람, '사회적 뇌' 영역 연결성 높아"
기사 작성일 : 2024-11-28 16:01:13

UNIST 정동일 교수(오른쪽)와 선희영 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김용태 기자 = 의사결정 과정에서 타인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사람일수록 뇌 특정 부위의 연결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팀은 타인의 존재가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관찰자의 위험 기피적이거나 위험 선호적인 성향에 따라 자신의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인의 존재가 위험 선호적인 선택을 강화한다는 학계 중론과 다른 결과다.

특히 자신의 의사결정에 타인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사람일수록 측두 두정엽접합부(Temporoparietal junction·TPJ)와 내측 전전두엽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mPFC) 영역의 기능적 연결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능적 연결성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이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동시에 활성화돼 협력적으로 작동하는 관계를 뜻한다.

내측 전전두엽피질과 측두 두정엽접합부는 둘 다 '사회적 뇌'라고도 불리는 영역이다.

제1저자 선희영 연구원은 "기존 이론으로는 친구들과 위험한 질주를 즐기던 운전자가 부모님을 모시고는 정속으로 주행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행동의 괴리를 이해하고자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3단계로 설계한 실험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4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세 단계의 실험을 했다.

1단계에서는 100% 확률로 일정 금액을 받는 안전한 옵션과 확률(25%, 50%, 75%)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다를 수 있는 위험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을 해 참가자의 위험 선호도를 측정했다.

2단계에서는 참가자들이 사전 정보 없이 파트너의 선택을 추론하고 피드백을 통해 이를 학습했다.

3단계에서는 위험 선호적 또는 위험 기피적 파트너가 각각 있거나 파트너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1단계와 동일한 게임을 진행했다.

1단계와 3단계 실험은 뇌 활성 영역을 분석할 수 있는 기능성 MRI(fMRI) 안에서 이뤄졌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관찰자가 위험 선호적인 사람일 경우 관찰자가 없을 때보다 위험한 옵션을, 관찰자가 위험 기피적인 사람이라면 안전한 옵션을 더 많이 고르는 경향성을 보였다.

참가자들이 관찰자의 성향과 비슷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fMRI를 분석해 내측 전전두엽피질 영역은 관찰자의 존재를 의식할 때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측두 두정엽접합부 영역은 의사결정 단계에서 활성화되는 것을 알아냈다.

또 관찰자가 없을 때와 비교해 있을 때 두 영역의 기능적 연결도가 높아지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성향을 의사결정에 많이 반영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동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의 본질인 선호도는 변화시킬 수 없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개인의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뇌연구원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의 결과는 생명 분야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지난달 29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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