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 자연계열 면접구술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고사장 앞에 대기하고 있다. 2024.11.17

이미령 기자 = 법원이 3일 1심 판단을 뒤집고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인정한 배경에는 "문제의 사건으로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시험 1시간여 전에 문제지가 배부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평균 점수가 다른 고사장 수험생들의 점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가 됐다.

서울고법 민사25-1부(이균용 정종관 이봉민 부장판사)는 이날 연세대가 1심인 서울서부지법의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낸 항고를 받아들였다. 앞서 연세대는 1심이 수험생 주장을 받아들이는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리자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즉시항고'를 제기해 항고 절차를 밟았다.

고법은 심리 끝에 논술시험의 효력을 인정해 연세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제지 사전 배부와 회수 등으로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법은 문제가 제기된 고사장의 채점 결과, 문제의 대외 전파 가능성, 가처분 신청 당사자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할 사실상의 자격과 소송으로 얻게 될 이익의 유무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황광모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 수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분주하게 학교를 나서고 있다. 2024.11.24

우선 2심은 문제가 제기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건축공학과에 지원한 이들인데, 이들의 채점 결과가 건축공학과에 지원한 다른 고사장 수험생들의 채점 결과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고사장 수험생들의 평균 점수가 15.72점이고 건축공학과에 응시한 수험생들 전체의 평균 점수가 15.57점"이라며 "건축공학과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시험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고법은 해당 고사장 수험생들로부터 문제 내용이 직·간접적으로 전파돼 논술시험 결과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수험생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른 고사장 수험생들에게 문제 내용이 전파돼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문제의 고사장에 대한 영향보다는 작을 수밖에 없다"며 "외부로 광범위하게 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피보전권리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애초 가처분 신청을 낸 수험생들이 건축공학과 지원자들이 아니므로 이들에게 본안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으로 얻어낼 권리가 없다는 점도 이날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자연계열 24개 모집단위 중) 채권자들이 지원하지 않은 나머지 12개 모집단위의 논술시험과 관련해서는 채권자들에게 소에 의해 확보할 권리 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자들(수험생)과 채무자(연세대) 사이에 권리 관계에 다툼이 있다"며 "그것이 본안 소송에 의해 확정되기까지 채권자들에 대한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처분 신청을 낸 수험생들이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재항고하는 방안도 있다. 수험생 측은 일단 이미 제기한 1심 본안소송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