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감사원장 탄핵...감사원 나서는 최재해 감사원장
한종찬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이창수 서울 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은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서 송달 절차를 밟는 대로 직무가 정지된다. 2024.12.5
홍국기 기자 =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 수장에 대한 사상 첫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감사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최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2023년 2월 8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 5개월여 만인 7월 25일 헌재가 이를 기각해 직무에 복귀했다.
최 원장의 직무 정지로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 기간이 긴 감사위원 순으로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은석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고, 조 위원이 임기 만료로 내년 1월 17일 퇴임하면 김인회 위원(내년 12월 5일 임기 만료)이 이어받는다.
조 위원과 김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됐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최종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처분이 부당하다며 감사원의 결정에 맞서기도 했다.
김 위원은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전 대통령과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고, 이듬해인 2012년 부산 연제구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들 두 위원이 원장 대행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현재 감사원이 다루는 주요 사건의 처분 방향과 결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서 사상 첫 감사원장 탄핵...직무정지내부 충돌
김주성 기자 =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12.5
가령, 검사들이 집단 성명을 발표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국회의 감사요구안은 앞서 이날 새벽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조만간 감사원 내부에서 사건 처리 방향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감사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회 감사요구안 접수 후 1개월 안에 감사실시계획을 수립해 원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 원장 대행과 최달영 사무총장이 이끄는 감사원 사무처와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감사 연장이 필요한 경우라면 원장으로부터 감사 기간 종료일 10일 이전에 연장 요청 결재를 받아야 한다.
감사에서 기간 연장이 흔하다는 전례를 비춰볼 때 이 과정에서도 사무처와 김 원장 대행이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감사원의 감사 정책·계획·처분을 결정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구도도 영향을 받는다. 감사위는 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7인으로 구성되고,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감사보고서를 의결한다.
감사원 출신으로 첫 감사원장에 오른 최 원장은 취임 이후 굵직한 사건 의결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날부터 최 원장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나머지 6명 중 4명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해진다.
감사원
[ 자료사진]
현재 감사위원 가운데 이미현·이남구 위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문 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임명됐다. 감사원 출신인 이남구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이미현 위원은 현 정부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영신·유병호 위원은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
따라서 최 원장 직무 정지로 조 원장 권한 대행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7일까지는 감사위의 보수·진보성향 위원 의결 구도가 '3대 3'으로 재편되면서 주요 감사 보고서 의결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사건 처분 결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북한 감시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등을 감사하고 있다. 통계 조작과 사드 배치 지연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다만, 같은 달 18일부터는 팽팽했던 위원회 의결 구도가 보수 4대 진보 2로 기울어진다. 최 원장이 지난 3일 조 위원의 후임으로 백재명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해 재가를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