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증폭' 증시 대응 전략은…"V자 어렵지만 하락도 제한적"
기사 작성일 : 2024-12-09 09:00:17

코스피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 자료사진]

조민정 기자 =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장되자 증권가는 9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증시에서의 소외로 누적된 실망감이 있는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며 작은 변수에도 큰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적 변수가 추세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 이미 국내 증시가 역사적 저점에 와있다는 점에서 투매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Worst Case)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스피가 2,300선대 초중반, 또는 그 이하로 언더슈팅(단기 급락)이 전개될 수 있다"며 "국내 정치적 리스크 진정, 해소 여부가 단기 코스피 등락의 결정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변동 움직임은 없다.

신용등급 조정은 호흡이 긴 만큼 'CDS 프리미엄'(신용부도스와프 거래에서 신용위험을 이전한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과 외평채 가산금리로 한국 시장에 대한 단기적인 대외 신용도와 안전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 두 지표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진단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두 지표가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있고, 그 과정에서 환율이 다시 상승해 해외 자금이 이탈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과거 탄핵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금융시장의 충격이 단기적이거나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2004년 노무현 탄핵 당시 주가가 하락했으나 정치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지준율 인상으로 시작된 긴축 영향이 컸고,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코스피는 하락했다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반등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9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비상계엄의 충격으로 '예습'이 된 상태에다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하는 상황에서 추가 하락 폭이 크거나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계엄령 당일 '아이셰어즈 MSCI South Korea ETF'(EWY) 7.5% 하락이 임계점을 제시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선물 매수를 강화했다"며 "향후 원화 강세 전환을 기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변화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원화 강세 전개 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V자 반등은 어렵지만 하락도 제한적인 국면"이라며 "극단적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부터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지수 전반으로 나타나기보다 업종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됨에 따라 탄핵 정국이 길어지며 이날 증시가 약세를 보이겠으나 매도에 참여하는 실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주중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매 성격이 짙은 매도에 동참하기보다는 관망 혹은 분할 매수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경민 연구원도 "주식 비중이 크고 단기 매매가 어려운 투자자는 홀드, 단기 트레이딩이 가능한 투자자는 2,400선 이탈시 리스크 관리를 하고 2,300선 초반부터 다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면 2,400선부터 피라미딩 매수 전략을 2,300선 이하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정과제의 동력이 약화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대왕고래 사업,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 방산수출 정책 중심으로 우려감이 나타나겠으나 마진 보호력이 높은 조선, 미디어, 통신, 소프트웨어와 고배당 스타일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짚었다.

김대준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와 무관하고 금리 하락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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