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 시청앞 참사·전기차 화재…갈길 먼 '안전 대한민국'
기사 작성일 : 2024-12-17 09:00:31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합동감식


(화성= 홍기원 기자 =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4.6.25 [공동취재]

김기훈 기자 =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시청 앞 역주행 참사…. 2024년 한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대형 사고로 얼룩진 한해였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상 속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안전 불감증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24일 경기도의 화성의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산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충격과 우려를 안겼다.

화재는 1개의 리튬 배터리 폭발로부터 시작됐다.

공장 근로자들이 곧장 분말소화기를 들고 달려들었지만, 화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분말 소화기가 아닌 열을 빠르게 낮추는 D급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공장에 비치된 것은 일반 소화기였다.

열폭주로 다른 배터리들이 연쇄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연기와 불길이 번졌고, 첫 배터리가 폭발한 뒤 단 42초 만에 공장 내부는 암흑천지로 변했다.

미처 공장 밖을 빠져나오지 못한 23명이 숨졌고 8명이 다쳤다.

이 화재를 계기로 산업현장의 배터리 화재 대응의 허점이 드러났다.

아리셀 공장은 불이 났을 때 진화가 어려운 리튬배터리를 취급하는 데도 소방당국의 화재 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특히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정부는 아리셀 공장과 같은 위험성 높은 전지공장이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매년 화재안전조사를 받도록 했다.

또 리튬 등 금수성(禁水性) 물질 화재에 적응성이 높은 소화약제·소화기기를 개발하는 한편 금속화재용 소화기 시험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화재로 녹아내린 전기차 충전기


(인천= 임순석 기자 = 14일 오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에 녹아내린 전기차 충전기가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93대가 그을렸다. 2024.8.14

하지만 배터리 화재의 악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8월 1일에는 인천 서구 청라동의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서 아파트 주민의 일상이 무너졌다.

지하주차장에 있던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이 난 곳이 지하 주차장인 데다 배터리 화재 특성상 진화가 쉽지 않았다. 불은 8시간 20분 만에야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불이 난 전기차는 충전 중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충격이 컸다.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이 일반적인 한국의 주거문화에서 지하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언제든 불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로 다가왔다.

이후로도 크고 작은 전기차 화재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포비아' 현상마저 나타났고, 일부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제한 추진을 두고 입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캐즘'(Chasm)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인기는 더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 또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전기차를 제작할 때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시범사업에 착수하는 등 대책을 시행 중이다.


사고 현장에 붙어 있는 추모 글


신현우 기자 =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1일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4.7.2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역주행 사고 역시 슬픔과 충격을 안겼다.

7월 1일 60대 운전자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200m가량 역주행하다 차량 두 대를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이 몰리는 시간대였던 탓에 인명피해가 컸다.

일상 공간에서 예측 불허의 사고로 순식간에 9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운전자 차모(68)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차씨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의 나이가 밝혀지며 고령운전 자격 논란이 재점화했고, 나이 든 운전자에 대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여 또 다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던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도 논란이 됐다.

사고 현장에 당초 설치됐던 울타리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보행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대대적으로 보행자 안전 강화에 나섰다.

우선 시는 급경사·급커브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시내 도로 98곳에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울타리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돌시험을 통과한 'SB1' 등급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는 중량 8t 차량이 시속 55㎞, 15도 각도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도다.

시는 또 인파가 몰리는 열린 공간에는 차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대형 석재화분과 볼라드(길말뚝)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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