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 자료사진]
(춘천= 이상학 기자 = 우리나라의 재건과 경제 중흥을 한때 견인했던 강원 삼척시 도계광업소가 내년 6월 폐광한다.
도계광업소는 지난 2023년 전남 화순광업소에 이어 7월 장성광업소가 폐광된 이후 석탄공사 산하의 유일한 국내 탄광이다.
도계광업소는 삼척시의 발전을 함께해온 역사 그 자체다.
과거 석탄산업의 성지이자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심장 역할을 했던 도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자 정부와 지자체는 대체 산업을 통해 지역 회생에 나서고 있다.
◇ 번성했던 도계…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급격히 쇠퇴
6.25전쟁 이후 정부는 석탄 운반을 위한 철도 건설공사와 1961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석탄 증산을 위한 적극적인 사업을 펼쳤다.
이중 도계광업소는 국민 연료인 연탄의 수급 안정과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
도계광업소는 1936년 삼척탄광으로 시작된 이후 1951년 석탄공사의 도계광업소로 되면서 당시 도계1갱 갱구에 이어 흥전갱, 점리갱 등이 속속 운영에 들어갔다.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 자료사진]
당시만 해도 도계에서 탄광 개발 붐은 삼척의 인구 유입으로 이어져 1935년 8만8천700명이던 인구가 5년 만인 1940년 약 1.5배 늘어난 12만5천여명으로 늘었다.
삼척탄광이 남한지역 최대규모 탄전이 되면서 전국에서 '노다지'의 꿈을 안고 도계로 몰려왔다.
실제로 도계국민학교(현 도계초)는 1940년 개교 당시 73명이었지만, 1955년 1천527명으로 늘어나더니 1965년에서부터 1970년까지 3천명대를 유지, 강원도 내에서 가장 큰 학교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려오자 주거 문제를 위해 탄광 주변에 광업소 사택이 군데군데 들어와 번성했다.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산업철도 건설 개발 붐에 힘입은 도계는 1979년 최대 인구 4만4천543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지역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도계광업소
[ 자료사진]
합리화 정책 시행 첫해(1989년) 도계에서 삼마, 대방, 삼보 등 3개 탄광이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모두 12개 탄광 가운데 10개가 폐광했다.
탄광이 문을 닫자 인구도 급감해 1989년 3만9천125명이던 도계 인구는 1999년 1만7천444명, 2009년 1만2천445명 등으로 감소했다.
석탄산업의 사양길에 따라 도계 역사와 함께 발달했던 철길마저 사라지자 역 주변 상권이 무너졌다.
지역 상인들이 이곳을 떠나 몰락의 길로 들어서자 1995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회생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지역경제 붕괴는 막을 수 없었다.
삼척시 인구는 1989년을 기준으로 13만여명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6만3천여명으로 50%가량 감소했다.
결국 1989년을 기점으로 160개가 넘었던 강원도 내 탄광은 모두 문을 닫고, 올해 6월 말 대한석탄공사의 태백 장성광업소에 이어 내년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게 돼 민영 광업소 한 곳만 남게 됐다.
◇ 대체산업 발굴 잰걸음…중입자 가속기·공공임대주택·펫파크 추진
강원도는 내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까지 문을 닫으면 삼척지역에 5조6천억원의 경제적 피해와 1천685명의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한다.
도계광업소
[ 자료사진]
이 때문에 강원도는 삼척시와 함께 대체산업 발굴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그동안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탄광지역인 도내 남부권을 연결하는 영월∼삼척 고속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삼척시는 폐광지 회생을 위해 폐광지역사업단을 신설하고,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의 폐광 대체 산업 발굴 등 폐광지역인 도계읍의 지역경제 연착륙과 회생에 나서고 있다.
탄광이 있던 도계읍 흥전리 일대에 약 12만㎡ 규모의 첨단 가속기 기반의 의료산업 클러스터가 2029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중입자 가속기 암 치료센터와 입원실 80병상을 갖춘 프리미엄 요양병원(케어센터), 임상 교육훈련센터, 휴양거주 시설 등이 예정돼 있으며,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다.
삼척시 계획안
[강원특별자치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총사업비는 3천3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이중 절반을 삼척시가 부담해야 한다.
또 지역 특성에 맞는 12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2027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도계지역 광산 사택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돼 주민들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청년, 신혼부부와 고령자 등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젊은 층 유도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현재 하이원 추추파크 부지 내 21만7천㎡에 157억원을 들여 펫 패밀리파크 조성도 벌이고 있다.
힐링하우스(40동)와 수영장, 운동장, 놀이터, 산책로를 2027년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밖에 도계읍 심포리 미인폭포 탐방로를 215억원을 들여 조성해 관광명소로 만드는 등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출을 막을 다양한 대체 산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26일 "올해 태백 장성광업소에 이어 내년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지역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폐광지역을 대체하는 산업을 역점으로 추진해 이들 도시가 새롭게 도약하는 원동력이 되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