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전망] '민선자치 30년' 지방소멸 위기 속 메가시티 열풍
기사 작성일 : 2024-12-27 09:00:31

(전국종합= "지방자치가 발전한다고 해서 지역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지방소멸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민선 자치 30주년을 앞두고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역마다 보유한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자치가 활성화하고 분권이 강화되면 이론적으로 오히려 지역 격차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자원이 많은 지역에 권한을 많이 주면 자원을 가지고 권한을 통해 더 발전시킬 여지가 있는 것이고, 자원이 없는 지역은 권한을 줘도 그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지방의 위기에 대한 해법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도입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방자치가 2025년이면 30돌을 맞는다.

그동안 주민참여 기회 확대, 민의를 중시하는 행정서비스, 행정 다양화 구현 등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영호남을 중심으로 인구수가 크게 줄고 지자체 재정여력마저 악화하면서 지방자치제도 위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자치권이 확대되었어도 재정은 여전히 중앙정부 의존적이어서 실질적으로 분권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심화로 대표되는 사회 문제 속에 지방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 인구감소 등 지방소멸 위기…행정체제 개편 등 움직임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288개 시군구 중 저출생과 초고령화에 따른 소멸 위험지역이 130곳으로 57%를 차지한다.

17개 광역 시도 중 전남, 경북, 강원, 전북 등에서 소멸 위험이 두드러진 가운데 부산시가 광역시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하는 등 광역시마저 소멸 위험을 피해 갈 수 없는 실정이 됐다.

게다가 인적 물적 인프라와 행·재정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일극 체제'라는 비판을 불러와 권한, 재정 등에 있어 분산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출생아 수 추이


[ 그래픽]

이런 분위기 속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민선 자치 30주년을 맞아 지역소멸, 인구 감소 등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고자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자문위가 지자체 간 통합, 관할구역 변경, 특별지자체 활성화, 지역별 특수성에 부합하는 행정체제 설계, 생활인구 개념 도입, 광역-기초 계층구조의 타당성 등을 논의해 행정체제의 큰 틀을 새로 짜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국토교통부는 메가시티(초광역권) 내 거점 도시를 정하고 특구 지정, 교통망 확충 등 패키지 지원을 통해 육성하는 내용의 '경쟁력 있는 지방시대 구현을 위한 초광역권 육성 지원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연구용역은 4대 초광역권(충청권, 광주·전남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과 3대 특별자치권(강원권, 전북권, 제주권)을 뜻하는 정부의 '4 3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국토부는 '도시 간 연계성'에 중점을 두고 메가시티 정책을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 "수도권 일극 체제 탈피"…지자체들, 메가시티 추진 열풍

지방소멸 위기의식이 고조된 가운데 대구시와 경북도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유례가 없는 행정통합을 내세워 메가시티를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답해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에 정부도 전폭적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가 메가시티를 구축하기로 하고 지난 18일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공식 출범했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것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안 공개


[ 자료 사진]

앞서 지난 달 8일 부산시와 경남도는 새로운 통합 지방정부인 '부산경남특별시·특별도'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통합안 기본 구상안을 공개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통합 지방정부는 행정·입법권, 재정·조세권, 경제·산업육성권, 국토이용·관리권, 교육·치안·복지권 등에서 완전한 자치권이 보장된 분권형 지방정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초광역 협력이 필요하다며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을 선언했다. 경제동맹의 근간이 되는 기반 시설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망, 철도망 확충 등에 협력하고 초광역 협력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3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군산, 김제, 부안 등 3개 시군이 함께하는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 밖에 경기도 김포시는 서울특별시 편입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편입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재차 건의할 예정이며, 경기도와 충남도는 4차 산업 중심 글로벌 경제 거점 육성을 위한 초광역권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와 경남도 간 행정통합 논의에서 비켜서 있는 울산시는 '해오름동맹'으로 묶인 경북 포항·경주시와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 메가시티 동력 이어갈까…지자체 이견·주민반대·계엄 등 변수

행정통합 또는 경제동맹 등을 통한 메가시티 조성 구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자체 간 의견 불합치, 주민들 반대 등으로 사업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충청권에서는 광역연합과 행정통합 문제를 놓고 시장·도지사들 사이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광역연합은 행정통합 이전의 단계로, 대전과 충남이 먼저 행정통합을 이룬 뒤 세종과 충북까지 함께 행정통합을 이룰 수 있는 단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 독자적인 입지와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통합 간담회


[ 자료 사진]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10월 양 시도, 행안부 등의 행정통합안 합의문 발표·서명 후 주민 설명회가 잇따랐지만, 경북 북부권의 반대에 부딪혔다. 행정통합 동의안이 대구시의회에서는 통과했으나 경북도의회에는 제출도 되지 않는 등 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가 추진하는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도 지자체 간 새만금 관할권 분쟁이 여전한 데다, 관련된 3개 시군의 이해관계가 달라 추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다 12·3 비상계엄 여파가 새 변수로 추가됐다.

지방소멸 대응책의 주무 부처인 행안부 이상민 장관이 최근 사퇴함에 따라 행안부가 중점 추진해온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작업을 비롯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지원 등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국회 또한 비상계엄 사태로 사실상 마비된 분위기여서 행정통합 특별법 발의 등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 최근 대구시 간부들에게 "나라가 안정되는 즉시 국회 통과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올 연말까지 특별법 발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초 목표로 했던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전반적인 지방소멸 위기 대응 시계가 다소 더디게 가는 모양새다.

(한종구 조정호 장아름 김진방 이정훈 허광무 최해민 홍현기 한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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