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생환 승무원 2명…무엇이 생존 가능케 했을까[제주항공 참사]
기사 작성일 : 2024-12-31 17:00:38

방위각 시설에 올라간 한미 조사단


(무안= 손형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보잉사 관계자,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시설)가 있는 둔덕 위에 올라 사고 기체를 바라보고 있다. 2024.12.31

(무안= 장아름 기자 = 지난 29일 제주항공 참사에서 총 181명 중 승무원 2명이 극적으로 생존한 가운데 좌석 위치와 승무원 전용 의자·안전벨트 등 어떤 요인이 생존 가능케 했을지 주목받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했다.

이 중 승무원 2명만 비행기 후미에서 부상한 채 발견됐으며 179명은 사망했다.

사고 기종은 B737-800으로, 일반적으로 이 기종은 착륙 시 승무원 2명이 앞쪽 비상구 점프싯(Jump Seat·간의 의자)에 앉고 다른 2명은 뒤쪽 비상구 점프싯에 착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프싯은 주로 비행기 문 옆이나 갤리(여객기 내 간이 주방) 공간에 접이식으로 설치돼 있으며 주변에는 비상시 안전 장비가 비치돼 있다.

비행기 기종과 구조에 따라 승무원이 갤리 점프싯에 착석해 착륙을 준비하기도 한다.

실제 제주항공의 동일 구간(방콕∼무안) 이용객들은 착륙 시 승무원들이 비상구 좌석 승객과 마주보는 점프싯에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착석했다고 입을 모았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이 메는 허리용 가로 벨트가 아닌 가슴까지 두르는 안전띠를 착용한다.

생존 승무원들은 당시 기체 맨 뒤가 아닌 후미 쪽 비상구 점프싯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두 승무원을 구조한 위치도 후미 비상구 입구와 가까운 곳이었다.

소방대원들은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후미 동체 안으로 들어갔으며 남성 승무원은 서 있는 형태로 발견됐고 여성 승무원은 쓰러진 캐비닛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약하게 의식이 있었지만, 여성 승무원만 말이 가능했으며 소방 관계자에게 "연기가 심하게 났고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에 따르면 사고 시 꼬리 부분에 앉은 승객의 생존율이 10∼15% 더 높지만, 사고 유형이 워낙 다양해 좌석별 안전도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고처럼 항공기가 구조물과 정면충돌하거나 추락할 경우 먼저 부딪히는 기체 앞부분에 충격이 집중되지만, 엔진이나 동체 화재가 나면 꼬리 칸을 향해 불이 번질 수도 있다.

폭발 사고의 경우에는 연료탱크가 있는 날개 부분 피해가 가장 클 수도 있다.

이번 사고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한 여객기가 활주로 정면 구조물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후미가 절단돼 폭발에서는 벗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여객기 기장 A(45)씨는 공군 출신이자 6천800시간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경력자로, 각종 비상 훈련을 이수하고 비행 교관으로도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고가 난 B737-800 기종만 6천96시간 운항했고, 함께 조종석에 앉았던 부기장 B(35)씨도 총 비행시간 1천650시간, 사고 기종 비행시간 1천339시간을 운항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미국 합동조사팀과 함께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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