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크리스마스에 여행 떠난 소중한 사람들 '영정사진으로'
기사 작성일 : 2024-12-31 23:00:29

2024년 마지막 일몰


(무안= 이진욱 기자 =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부근에서 올해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2024.12.31

(광주·화순= 천정인 정다움 나보배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사흘 만인 31일 차려진 A(62)씨의 빈소에는 축구화를 신은 건강한 모습의 사진이 걸렸다.

사진 속 A씨는 한쪽 다리를 축구공 위에 올린 채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A씨는 동호회 회원 7명과 함께 크리스마스에 방콕으로 여행을 갔는데 회원들 모두 그보다 더 먼 길을 떠나게 됐다.

빈소가 마련된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은 유족들과 지원을 나온 공무원들의 모습만 간간이 보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A씨와 올해 마지막을 보내려던 유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A씨의 형은 사흘 내내 무안국제공항에 머무느라 불편해진 다리를 이끌고 장례식장 입구와 분향소가 차려진 2층을 힘겹게 오르내렸다.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설치된 추모 현수막


[촬영 나보배]

아들의 대학 입학 축하 여행을 떠났던 삼부자 중 아버지의 시신이 먼저 운구된 전남 화순의 한 장례식장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여행에서 돌아올 가족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건강히 돌아왔어야 할 두 고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며 침통하게 빈소를 지켰다.

삼부자의 장례는 시신이 한자리에 안치된 후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순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형제는 교내에서 우애가 좋기로 소문나 재학생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날 광주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도 희생자 2명의 시신이 안치됐으나 장례식을 시작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다.

이 장례식장에는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남편과 여행을 떠났던 B(67)씨와 연말을 맞아 노래교실 회원들과 여행을 갔던 C(76)씨의 시신이 운구됐다.

B(67)씨 유족들은 아직 아버지의 시신을 인도받지 못 해 어머니의 시신만 먼저 안치한 뒤 다시 무안국제공항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숨진 179명의 희생자 가운데 5명을 제외한 174명은 신원이 확인됐다.

이 중 10명의 유족이 개별 장례 의사를 밝히고 시신을 인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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