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중간 기착지에 들어설 흑산공항, 안전 확보 '비상'
기사 작성일 : 2025-01-03 07:01:10

흑산공항 조감도


[ 자료]

(무안= 형민우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남 신안 흑산도에 건설 추진 중인 흑산공항의 안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류 충돌이 참사 여객기 동체착륙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흑산공항 건립 예정지는 철새 서식지 주변이라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관련 심의 통과에도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3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소형 공항인 흑산공항은 1천833억원을 투입해 2027년 개항을 목표로 건립 추진 중이다.

다도해 국립공원인 흑산도 61만4487㎡ 면적에 활주로 길이 1천200m, 폭 30m 규모로 80인승 비행기가 뜰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지방항공청이 주관해 추진하는 이 사업은 환경평가와 실시설계가 마무리됐다.

신안군은 2021년 공항이 들어설 예리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비금 명사십리 해수욕장 주변 해역을 국립공원으로 대체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흑산공항의 활주로 전후 종단 안전 구역이 60m에서 180m, 좌우 착륙대가 50m에서 120m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실시설계 계획이 수정됐다.

흑산도에는 흑비둘기, 멧새, 동박새 등 다양한 철새가 거쳐 가는 서식지여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이 더 절실해졌다.

신안군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류 충돌을 막고자 흑산도 주변에 철새 대체서식지 6곳을 확보했다.

주민들은 겨울이면 공항 예정 부지 반대편에 먹이가 부족한 철새를 위해 봄동을 심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착륙하면서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흑산공항에는 설치되지 않는다.

항행안전시설인 로컬라이저는 공항 인근 산등성이에 설치돼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다.

조류 충돌은 바다가 곧바로 이어지는 섬 지형 특성상 활주로 이탈 사고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흑산도 주민들은 교통권이나 응급 환자 이송 등을 위해 공항이 꼭 필요하지만, 철새와 돌풍 등 위험 요소가 많아 꼼꼼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며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선 열화상 탐지기나 국내 공항에서 도입하지 않은 레이더 탐지기 등 장비와 인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오버런 방지를 위한 그물이나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인 이마스(EMAS·Engineered Material Arresting System)를 설치하는 등 안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총사업비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며 "조류 충돌 저감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3km 떨어진 흑산도는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인데 쾌속선으로도 2시간을 가야 한다.

쾌속선은 파도가 높으면 운항이 힘들어 흑산도 주민들은 응급환자 대응 등을 위해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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