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EU 의장국 넘겨주는 헝가리에 '심술'
기사 작성일 : 2025-01-03 22:00:57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왼쪽)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 김계연 특파원 =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은 폴란드가 3일(현지시간) 열리는 기념행사에 전임 의장국인 헝가리 대사를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그달레나 솝코비아크차르네츠카 폴란드 유럽 담당 차관은 자국 정치인 망명 사건으로 초청을 취소했으며 헝가리 대사관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헝가리가 공금 횡령 혐의로 수사받던 마르친 로마노프스키 전 법무차관의 정치적 망명을 허가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오르반 총리의 친러시아 성향을 꼬집어 "정의에서 도망치는 이들이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와 오르반 중 하나를 선택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로마노프스키 전 차관을 비롯한 법과정의당(PiS) 인사들은 2023년 12월 정권을 넘겨준 뒤 1년 넘게 이어지는 적폐청산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중동부 유럽 국가 모임인 비셰그라드 그룹(V4)을 결성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EU에 대한 입장 차이로 사이가 틀어졌다.


투스크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전선을 자처하며 우크라이나 지원과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승산이 없다며 무기지원을 반대하고 종전 협상을 요구하는 오르반 총리를 못마땅히 여긴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출신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폴란드 정부는 EU 정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헝가리에 불만을 드러냈다. 솝코비아크차르네츠카 차관은 헝가리가 지난해 하반기 EU 의장국을 맡으면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150건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7월 의장국 임기 시작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찾아간 오르반 총리를 두고 "상의 없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자신이 EU를 대표한다고 선언했다"고 비난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하반기 EU를 맡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구호를 본떠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MEGA)를 내세웠다. 폴란드는 '안보, 유럽!'(Security, Europe!)을 구호로 정했다. 의장국 수임 기념행사는 이날 저녁 국립 오페라 극장인 바르샤바 비엘키 극장에서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 약 3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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