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인턴기자 = 가슴 압박에는 상당한 체력이 요구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눌러야 했고 속도가 빨라져서도, 느려져서도 안 됐다.
일정한 속도로 환자의 가슴을 압박한 만큼 이완해야 했다.
손바닥을 시작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갔고 긴장감에 침이 바짝 말랐다.
1세트에 30회씩 총 7세트의 가슴 압박을 마치고 나니 땀이 나면서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런데 멈춰서는 안 됐다. 7세트를 연달아 두번, 총 420회 가슴 압박을 해야 했다. 숨이 찼고 끼고 있던 장갑 안은 땀범벅이 됐다.
조금 쉬었다가 가슴 압박 실습을 이어갔다. 총 3시간 동안.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전신 근육통이 왔다.
생명을 구하는 '5분의 기적', 심폐소생술을 이렇게 익혔다.
자동심장충격기 실습
지난달 23일 서울시 송파구의 대한심폐소생협회 교육장에서 진행된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교육생들이 자동심장충격기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2025.1.5. [촬영 김유진]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30회 더 반복하겠습니다. 압박 후 충분히 이완될 수 있게 해주세요!"
지난달 23일 서울시 송파구 대한심폐소생협회 교육장.
성인 환자 마네킹과 영아 환자 마네킹이 배치된 현장에 기자를 포함해 5명이 심폐소생술 실습에 나섰다.
교육은 심장 정지 환자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사용법 등을 배우는 순으로 진행됐다.
우선, 쓰러진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라고 물으며 반응을 살폈다.
반응이 없자 심장 정지 상태를 의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119 신고와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했다.
5~10초 정도 환자의 얼굴·가슴·배를 보며 호흡을 확인했다. 심장 정지 환자는 신체의 움직임과 규칙적인 호흡이 전혀 없다. 불규칙한 호흡을 보이거나 쓰러진 직후 짧게 경련을 보이는 것도 심장 정지 증상 중 하나다.
심장 정지로 판단되자 심폐소생술에서 핵심인 '가슴 압박'을 시작했다.
교육을 담당한 김원지 강사는 "가슴 압박은 환자의 멈춘 심장을 대신해 구조자의 두 손으로 환자의 몸에 혈액을 공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압박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옷을 벗긴 후 가슴뼈 아래쪽 2분의 1 부분에 손 뒤꿈치(손바닥 아래쪽의 두툼한 부분)를 올려놓고 다른 손바닥을 포개어 올려놓았다.
무릎을 꿇고 반쯤 선 자세로 양팔이 굽혀지지 않게 쭉 펴고, 겹쳐놓은 양 손바닥으로 환자의 가슴을 수직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성인의 경우 가슴 압박은 약 5cm 깊이로, 1분당 100~120회의 속도(1초에 2번)로 1세트에 30회씩 반복했다.
이렇게 7세트를 하고 있자니 '환자의 가슴뼈가 부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환자의 부상 위험보다는 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강사의 설명이 들려왔다.
"실제 가슴 압박 시 환자의 가슴뼈 쪽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날 수도 있지만 당황하지 말고 가슴 압박은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이후 인공호흡 실습에 들어갔다.
소아·영아 혹은 익수자는 심장 정지의 원인이 심장이 아닌 호흡기 쪽에 있을 확률이 높아 이런 경우 가슴 압박과 동시에 인공호흡이 실시돼야 한다.
한쪽 손바닥은 환자의 이마에 놓고 다른 쪽 손의 검지와 중지로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어줬다.
이어 이마를 짚은 손의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막고 공기가 새어 나가지 않게 입을 크게 벌린 후 1초씩 두 번 숨을 불어넣었다. 이때 눈으로는 환자의 가슴 쪽을 쳐다보며 호흡이 들어갈 때 가슴이 부푸는지 확인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평상시 호흡처럼 적당 양만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슴 압박 30회에 두 번 인공호흡 하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처음에는 인공호흡을 하는데도 마네킹의 가슴이 잘 부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다 턱을 살짝만 들어 올린 채 숨을 불어넣으니 마네킹의 가슴이 부푸는 걸 볼 수 있었다. 머리를 너무 젖히니 오히려 공기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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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심폐소생술은 '급성 심장 정지' 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심장 정지가 발생하면 혈액 순환이 즉시 중단되기 때문에 늦어도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져야 정지된 심장을 대신해 심장과 뇌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보낼 수 있다.
심장 정지가 5분 이상 지속되면 산소 공급이 중단돼 뇌 손상이 시작되기에 이 5분의 '골든 타임'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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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만큼이나 중요한 건 자동심장충격기다.
심폐소생술만으로도 환자의 생존율이 2배 이상 증가하는데, 자동심장충격기를 통한 제세동(심장에 강한 전기적 충격을 줘 심장 리듬을 회복시키는 것)이 이뤄질 경우 4배까지 생존율이 증가할 수 있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덮개를 열고 기계의 전원을 켠 다음 나오는 음성 지시에 따르면 된다.
우선 환자의 오른쪽 쇄골 아래, 왼쪽 가슴 아래 중간 겨드랑이 선에 패드를 부착한다.
'심장 리듬을 분석한다'는 음성 지시가 나오면 주위의 모든 사람은 반드시 환자에게서 떨어져야 한다. 자동심장충격기에서 약 2천V(볼트)의 전기가 나오기 때문에 환자와 접촉하고 있는 사람이 감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어디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는지 안다면 환자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주변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의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응급의료정보제공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