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지은 옥스퍼드 교수 "한류, 거품 안되도록…미래 큰그림 필요"
기사 작성일 : 2025-01-07 10:00:58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옥스퍼드= 김지연 특파원 =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가 6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 하트퍼드 컬리지에 있는 연구실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7

(옥스퍼드= 김지연 특파원 = 2021년 9월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에는 알파벳 'K'와는 별도의 'K-'가 새로 실렸다. K-뷰티, K-컬처, K-푸드와 같이 한국 문화를 가리키는 단어를 형성하는 말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그로부터 3년여 지나 OED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주목받은 '달고나' 등 7개 단어를 다시 추가했다. 수년간 K-컬처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옥스퍼드대에서 한국학과 한국어를 가르치며 영국 내 한류 연구에 앞장서 온 조지은(영국명 지은 키어) 교수는 6일(현지시간) 와 인터뷰에서 "거품처럼 꺼져버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한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 한류가 얻은 첫 반응은 '신기하다', '신선하다'는 것이었다"며 "K-브랜드가 지속 가능하려면 신선함을 넘어선 다음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K-컬처는 한국 국가 브랜드를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린 발판이자 일등공신이다. 조 교수도 드라마와 대중가요에 대한 애정이 한국어·한국학에 대한 학생과 연구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며 반겼다.

그러면서도 "지금 정점이 끝나도 앞으로 10년은 더 가겠지만, 그대로면 허무하지 않나.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의 하나로 성장해야 한다"며 '그다음'을 거듭 강조했다.


태국 방콕 '오징어 게임' 행사


[EPA ]

그는 '한류의 제2단계'로 나아가려는 작업으로 한국 문화예술과 학문의 융합을 추구하는 옥스퍼드대 한류센터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술 분야의 세계적 출판사인 브릴과 함께 학술지 '한류'(Hallyu)를 만들어 창간호를 준비 중이다.

한류를 바탕으로 한 한국어 교재를 집필하고 한국어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 인도네시아 등 각국 대학과 한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활성화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한류의 '다음 단계'를 위해서는 진정한 세계화의 의미를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류나 'K-컬처'가 한국만의 문화인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한국어, 다양한 한류 문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문화가 서구 중심에서 다변화했고, 영미권에서도 아시아계가 늘면서 헤리티지를 찾고자 한다"며 "한류는 콘텐츠의 자체적인 힘 외에도 이런 환경에 맞아떨어져 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큰 그림으로 한류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 문화만 잘 나가도록 세계화를 하는 게 아니라,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고 한국과 융합할 수 것들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K-컬처'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조 교수는 한국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연구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한국에 대한 기본 연구에 투자해 한국학이 발전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한국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을 경험하고 연구하며 한국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다지는 일이다.

조 교수는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대학 측을 만났을 때 제일 똑똑한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 학생들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의 경우 현재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서로 다른 국적, 문화권의 학생들이 공부한다. 상당수가 한국학 연구자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졸업 후 길이 넓지만은 않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중국학이나 일본학만큼 실용적인 선택은 아니더라도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며 "이들을 한국 전문가로 계속 연구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학, 중국학과 달리 한국학의 경우 외국 학생이나 연구자가 더 깊이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발판이 될 영어 기본 연구서나 학술 자료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조 교수는 "예를 들어 한국 음식이 주목받으면서 영어 요리 책은 많이 나왔지만 한국 음식의 역사, 한국 요리의 철학적 의미 같은 책은 거의 없다"며 "한국학 연구가 다음 단계로 가려면 연구 기본서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서울대 대학원 언어학 석사를 거쳐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친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펴내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로도 일하고 있다.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옥스퍼드= 김지연 특파원 =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가 6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 하트퍼드 컬리지에 있는 연구실에서 와 인터뷰하고 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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