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트남 인민군 창설 8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1.13[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 정부가 1980년대 중반 개혁·개방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 조직 구조조정에 착수한 가운데 공무원 감원 규모 등이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과 베트남넷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내무부는 현 18개 부처·4개 부처급 기관·8개 기타 정부 산하 기관 등 30개 중앙 정부 부처·기관을 14개 부처·3개 부처급 기관·5개 정부 산하 기관 등 22개로 재편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획투자부가 재무부에, 노동보훈사회부가 내무부에, 교통부가 건설부에, 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부에 각각 통합된다. 농업농촌개발부와 천연자원환경부는 농업환경부로 합쳐진다.
소수민족 문제와 종교 문제를 담당하는 민족·종교부가 신설되고 대신 기존 부처급 기관인 소수민족위원회는 폐지된다.
국방부, 공안부, 법무부, 외교부, 산업통상부, 교육·훈련부, 보건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부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 사무소·감사원·베트남중앙은행(SBV) 등 3개 부처급 기관과 베트남국가과학기술원·베트남국가사회과학원·베트남TV(VTV)·'보이스오브베트남'(VOV) 라디오·VNA 등 5개 정부 산하 기관도 남게 된다.
이에 따라 내무부는 각 부처, 부처급 기관, 정부 산하 기관에 자체 개편·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해 오는 15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개편은 베트남이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발표하고 개혁·개방에 나선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는 개편으로 정부 조직과 공무원 규모를 약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된 공무원들 사이에선 불안과 우려가 퍼지고 있다.
전·현직 정부 고위직 등에 따르면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부터 공산당원·공무원 수십만 명이 우려할 것이라는 언급 등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베트남 국가서열 1인자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달 공산당 홈페이지를 통해 "때로는 건강하고 강한 몸을 갖기 위해 쓴 약을 먹고 고통을 참으며 종양을 잘라내야 한다"면서 개편이 "반드시 해야 하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럼 서기장은 지난해 10월에는 국가 예산의 약 70%가 공무원 등의 급여와 정기적인 정부 지출에 들어가 주요 투자 프로젝트에 투입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당시 그는 "우리가 그 돈을 서로 먹이는 데만 쓰면 (핵심 인프라를) 개발할 돈이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670억 달러(약 98조5천억원) 규모의 남북 고속철도 사업, 원자력발전소 개발 사업 등 막대한 자금이 드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여럿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 등 투자 유치를 위한 세금 감면 등의 영향으로 세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재정 적자를 겪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 지출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현지 매체 뚜오이쩨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향후 5년간 약 113조 동(약 6조5천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