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견 발표하는 유승민 후보자
한종찬 기자 =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후보자가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소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4
이대호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기적의 사나이'다.
현역 시절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왕하오(중국)를 격파하고 금메달을 획득한 장면은 유 당선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장면이었다.
다른 대회에서 왕하오와 만났을 때는 패배한 경기가 훨씬 많았던 유 당선인은 가장 중요한 올림픽 결승에서 왕하오를 상대로 강력한 드라이브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펄쩍펄쩍 뛰며 김택수 코치에게 안겼다.
유 당선인의 금메달은 여전히 한국 탁구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로 남아 있다.
2014년 현역 선수에서 은퇴했던 유 당선인은 잠시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한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당시 그는 비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긴 해도, 워낙 인지도가 떨어져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유 당선인은 하루에 25㎞씩 걸어 다니며 부족한 인지도를 '발품'으로 채웠고, 총 23명의 후보 가운데 2위에 올라 최다 득표 4명이 차지하는 IOC 선수 위원에 당선됐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유승민
[ 자료사진]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 결과 역시 체육계에서 '대이변'으로 받아들인다.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후보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 8년 동안 다져온 표심이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일찌감치 '이기흥' 대 '반(反)이기흥' 구도로 재편됐다.
자연스럽게 나머지 5명의 후보는 단일화를 논의했고, 유 당선인 역시 처음에는 이들과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982년생인 유 당선인을 놓고 '젊으니까 다음 기회가 있다'는 말로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할 것을 권유하는 말이 나오자 유 당선인은 판을 깨고 나왔다.
이기흥 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에서 밑바닥 표심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강신욱, 강태선 후보는 선거 기간 유 당선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후보들은 어디에'
한종찬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유승민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두 손을 들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이날 결과 발표 현장에는 이기흥, 김용주, 강태선 오주영 후보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2025.1.14
유 당선인은 체육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의혹 제기가 사실무근이라면서 "여전히 단일화에 대해서는 머리에서 완전히 지웠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유 당선인은 이제 40대 초반의 나이에도 수많은 체육 행정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선수촌장으로 임명됐고,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2019년에는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공석이 된 대한탁구협회 회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 37세의 나이로 회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2020년에 다시 대한탁구협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IOC를 비롯해 국제 체육계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유 당선인의 대한체육회장 당선으로 우리나라는 국제 스포츠 외교력 신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이번에 IOC 위원으로 추천받은 IOC 선수 위원 출신 토니 에스탕게(프랑스)처럼 다시 국제 스포츠 무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이미 IOC 선수 위원을 8년 동안 지냈던 유 당선인은 이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수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도전할 자격을 갖췄다.
현재 한국인 IOC 위원은 NOC 대표 자격의 이기흥 회장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신분의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두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