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합의에 기뻐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데이르 알발라 UPI= 15일(현지시간) 휴전 합의 소식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01.16.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한 협상 끝에 15일(현지시간) 6주(42일)간의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15개월 넘게 이어진 포성이 일단 멎게 됐다.
합의에 따르면 양측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휴전의 첫 단계에서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한다. 이 기간에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남은 모든 여성과 어린이, 50세 이상의 고령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천여명을 풀어준다.
휴전 다음 단계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 기간에 진행된다. 양측은 휴전 발효 후 16일째 되는 날부터 남은 이스라엘 남성 군인 인질 석방과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의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 3단계에 이르면 숨진 인질 시신을 포함한 모든 인질의 송환과 가자지구 재건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6일 오전 표결을 통해 휴전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며, 빠르면 19일부터 휴전이 발효될 전망이다.
와이넷 등 이스라엘 언론은 휴전안이 내각의 단순 과반 찬성만으로 통과될 수 있어 일부 강경파 장관들이 반대하더라도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잔해 옆에서 놀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
(칸유니스 AP= 지난 1월 1일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 공습에 무너진 잔해 옆 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2024.01.16
◇ 휴전 1단계에서 이스라엘 인질 33명, 15개월 만에 집으로…나머지 인질은 2~3단계서 논의
이번에 이뤄진 휴전 합의에 따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를 포함한 33명이 15개월여만에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하마스는 6주간 매주 최소 3명씩 인질을 풀어준 뒤 1단계 휴전 마지막 날인 42일 차에 합의된 나머지 인원을 한 번에 석방한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오는 19일 민간인 여성 인질 3명을 시작으로 여성과 어린이가 우선 석방되며 그 다음으로 50세 이상 남성 인질이 풀려난다.
이를 통해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여성과 아동, 50세 이상의 고령 인질은 모두 고국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석방 명단에 포함된 인질 33명이 모두 생존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하마스로부터 최종 확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AFP 통신에 따르면 휴전 1단계에서 풀려나는 인질 33명은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약 94명 중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는 60여명 중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휴전 1단계 기간 동안 석방되지 못한 나머지 인질 석방 및 시신 송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 휴전 2∼3단계에 관한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251명을 인질로 데려갔으며 이후 인질 협상과 이스라엘군의 구출 작전 등을 통해 일부가 풀려났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에 인질 94명이 남아있으며 이 중 34명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죄수 1천여명을 석방한다는 계획이다.
풀려날 죄수들의 정확한 숫자는 송환되는 이스라엘 인질의 생존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양측은 우선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죄수 30명, 여군 인질 1명당 죄수 50명을 교환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수감된 여성과 19세 미만 어린이 수감자는 모두 석방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이번에 풀려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990명에서 1천650명 사이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휴전 합의에 기뻐하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
(텔아비브 EPA= 15일(현지시간) 휴전 합의 소식을 들은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01.16
◇ 이스라엘군, 가자지구서 점진적 철수…가자 피란민 귀가 길 뚫린다
휴전 1단계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인구 밀집 지역 등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한다.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분단하는 넷자림 통로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철수해 가자 북부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며, 가자 남부 라파와 이집트 간 경계를 따라 설치된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배치된 병력 규모도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다만 모든 인질이 귀환할 때까지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필라델피 회랑에도 이스라엘군이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했다는 보도는 "완전한 거짓"이라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권을 단 1밀리미터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와이넷이 보도했다. 필라델리 회랑에서의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여부가 향후 협상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수도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또 휴전 기간 매일 트럭 600대 분량의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이 가자지구로 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 가운데 트럭 50대는 연료 운반에 할당된다.
팔레스타인 난민들
(가자시티 AFP= 15일(현지시간) 무너진 잔해 를 바라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 2024.01.16
◇ 전쟁 종식 첫발 뗀 이스라엘-하마스…단계별 휴전 이행 전망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 50세 미만 이스라엘 남성 인질 석방 등의 의제를 포함한 2단계 휴전 이행에 관한 논의는 휴전 16일 차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후 휴전 3단계까지 이르면 숨진 이스라엘 인질 시신을 포함해 남은 인질 모두가 송환되며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감독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을 개시하게 된다
필라데피 회랑 등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등이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 등 국제 사회는 단계별 휴전을 통해 가자지구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총리는 이날 "(휴전) 2∼3단계를 협상하기 위한 명확한 메커니즘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것이 전쟁의 마지막 장이 되기를, 모든 당사자들이 합의의 모든 조건을 시행하는 것에 전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휴전 2단계와 3단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휴전 1단계가 적용되는 기간 동안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아직 세부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 휴전 2단계가 전쟁에 '영구적인 종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면서 2단계 휴전에는 남성 군인을 포함한 모든 남은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