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남단 아래 한강 수면이 조금 언 모습. [ 자료사진]
이재영 기자 =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지난 2021년 한파 소식을 전한 방송뉴스 한 대목이 지난해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유행했다.
올겨울엔 꽁꽁 언 한강을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엔 아직 한강이 결빙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서울 동작구와 용산구를 잇는 한강대교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 상류 100m 지점에 설정한 가상의 직사각형 구역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이지 않으면 한강이 결빙됐다고 본다.
한강 결빙 관측은 1906년 시작했다. 관측을 시작할 당시엔 한강의 주요 나루 가운데 하나였던 노들(노량진)나루에서 관측이 이뤄졌다. 노들나루가 있던 곳에 들어선 다리가 한강대교로 약 120년간 한 장소에서 관측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올겨울 아직 한강이 얼지 않은 이유는 오래 추운 적이 없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통상 '닷새 이상 일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에 머물고, 일최고기온도 영하'일 때 한강이 언다.
한강대교와 가까운 용산구 이촌동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기록을 보면 올겨울 가장 낮게 기온이 떨어졌을 때(1월 11일)도 영하 8.6도에 그쳤다. 최고기온이 영하인 적이 없지 않았으나 하루 넘게 이어지진 않았다.
1991∼2020년 평균(평년) 한강 결빙일(1월 10일)은 이미 지났고, 다음 주면 연중 가장 추울 때도 지나기에 올겨울은 한강이 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절기 대한(大寒·1월 20일)부터 시작하는 다음 주는 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기록을 보면 한강이 2월 들어서 얼거나, 2월까지 얼어있은 적도 있다.
그러나 기상청이 16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해 2월은 예년보다 포근할 가능성이 커 2월에 한강이 얼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한국전쟁 때문에 한강 결빙 관측이 이뤄지지 못한 1947∼1954년을 제외하고 1906년 이후 한강이 결빙되지 않은 겨울은 현재까지 9번(겨울이 시작한 해 기준 1960·1971·1972·1978·1988·1991·2006·2019·2021년)이다. 올겨울 한강이 얼지 않으면 통산 10번째다.
특히 올겨울 한강이 결빙되지 않을 시 최근 6년간의 겨울 중 세 차례는 한강이 얼고 세 차례는 얼지 않은 동률을 이루게 된다.
과거와 비교해 한강은 '늦고 짧게' 얼고 있다.
논문(17세기 한강의 장기 결빙과 그 영향)에 따르면 소빙하기(小氷河期)였던 17세기엔 9월과 10월에 한강이 얼기도 했다고 한다. 광해군 때는 1622년 9월 29일에 한강이 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1907년부터 2006년까지 100년간의 한강 결빙일은 분석했을 때는 결빙일이 10년마다 3.47일씩 늦어지고 결빙일부터 해빙일까지 일수는 10년마다 5.24일씩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일찍 한강이 언 겨울은 1934년(12월 4일), 제일 늦게 결빙된 겨울은 2007년(2월 8일)이다.
한강이 잘 얼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980년대 제2차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하상의 변동이 적어진 점이 꼽힌다.
'서울시 구간 한강의 물리적 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한강대교 쪽 겨울철 평균 수위는 1975년 2.42m, 1985년 2.34m, 1995년 2.87m, 2005년 3.09m로 상승해왔다. 1986년에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를 설치하는 것이 수위를 올린 결정적인 요인이다.
기후적으론 온난화가 한강이 잘 얼지 않게 된 원인이다.
1907년 영하 3.8도였던 서울의 겨울 평균기온은 2023년 겨울(2023년 12월에서 2024년 2월까지) 영상 1.5도로 올라섰다.
2022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한강 유역의 수계별 수온 상승 가능성' 논문을 보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24년 동안 한강 수온은 1년에 0.038도 상승했으며, 온실가스 농도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100년까지 해마다 0.0043∼0.0584도씩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