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정오께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rotunda)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곧바로 취임 연설을 통해 집권 2기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취임사에는 그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맞춰 트럼프 2.0 시대 4년을 가늠할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과제들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5 대선을 치르면서 내놓은 각종 공약과 대선 승리 이후 선보인 집권 2기 국정 운영 구상이 취임사 안에 총망라되는 것이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우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과 국경 봉쇄를 단행하겠다고 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그동안 불법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안전을 위협해왔다고 주장해왔다.
환경 보호를 위해 제한해왔던 미국 영토에 묻힌 석유·가스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새로운 시추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절감하면서 인플레이션 고통을 덜겠다는 의지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정권 아래 각종 분야에서 시행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를 바로잡겠다는 약속도 취임사에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외 정책에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거듭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주장해온 관세 부과 정책이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한편 감세 등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중국산 물품에 대해선 60%의 보편 관세를 물리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대외 안보 면에서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인도·태평양 동맹에 대한 방위 부담 증대를 거론할 수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 분쟁 해소 방안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적성국 정상과의 담판 외교를 꼽고 조만간 실행에 옮기겠다고 약속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의 주변국인 캐나다와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에 대한 편입론이나 통제권을 주장하고 매입 의사를 밝히는 등 '확장주의' 야욕을 드러내 온 그가 재차 이 사안을 취임사에서 언급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반적으로 첫번째 재선 도전 실패 후 4년만에 '징검다리 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취임사는 지난 4년간 미국인의 삶이 암울하고 고단했다는 점을 이유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집어 자신의 집권 1기 때로 되돌리겠다는 국정 선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017년 처음 집권할 때 취임사에서 보여준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을 뿐아니라, 미국을 범죄, 빈곤, 마약 등 적폐가 가득한 디스토피아로 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7일 '2017년보다 더 따뜻한 논조를 예고하는 트럼프 취임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팀은 '단결'(unity)과 '빛'(light)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연설이 미국이나 세계에 대한 특유의 종말론적 수사로 점철되지 않고, 비교적 낙관적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이런 근거로 트럼프 후원자를 위한 '하나의 미국, 하나의 빛'(One America, One Light)이라는 기도회와 '촛불 만찬'(Candlelight Dinner), 3차례의 무도회 중 하나인 '별빛 무도회'(Starlight Ball) 등 3개의 취임식 행사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빛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의미한다. (빛은) 취임식에서 정말 중요한 주제일 뿐 아니라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팀의 지침이기도 했다"는 취임식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8일 공개된 NBC 방송과의 대선 승리 후 첫 인터뷰에서도 취임사에 대해 "'단결'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나는 성공이 단결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첫 임기 때 그것을 경험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