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검증 없이 조회수 몰두·편향 재생산…하루 850만원 벌어
기사 작성일 : 2025-01-20 20:00:35

서부지법 담 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


서대연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2025.1.19 [공동취재]

최원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초유의 사태가 충격을 주는 가운데 각종 음모론을 재생산하는 유튜브 채널이 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서부지법 폭력 난동을 전후한 18일 오전 9시부터 19일 오전 9시까지 국내 '슈퍼챗'(소액 현금후원) 수익 상위 10개 채널 중 8곳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재생산했다.

이들의 슈퍼챗 수익은 모두 2천500여만원에 달하는데, 유튜브 내 광고 조회와 개인 계좌 후원 등을 감안하면 수익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채널 7곳은 서부지법 현장을 생중계했다. 경찰은 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폭력과 난동을 벌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90명 중 유튜버도 3명 포함됐다고 밝혔다.

구독자 83만명의 유튜브 채널 '젊은시각' 운영자 송모(31)씨도 극렬 시위대에 합류해 서부지법에 난입하고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까지 방송했다. 송씨는 이날 하루 슈퍼챗으로 85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이들 유튜버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구독자들은 열광한다.

한 유튜버는 "아이유와 뉴진스가 선거 개표기 업체와 카르텔로 연결돼있어 중국과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구독자들은 "물 샐 틈이 없는 꽉 찬 논리"라며 슈퍼챗으로 화답했다.

광화문·한남동과 서부지법 등에서 연일 이어져 온 시위가 밀폐된 반향실(에코 체임버) 역할을 하며 지지자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하기도 한다.

실제 서부지법 난입 현장에서도 지지자들이 "이건 알고 있었느냐"며 서로 자신이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 또한 자신의 채널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진보 진영 또한 극단 지지자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유튜브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받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정과 사과 없이 현재까지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구독자 수는 이날 기준 201만명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극단적 정치 콘텐츠가 지지자들을 극단 행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목받는 유튜브 생태계가 우리 사회의 '집단 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도 커지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과 유튜버가 사람들을 한쪽으로 끌고 가며 유튜브가 '위험한 도구'가 된 지 오래"라며 "자정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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