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이송하는 구급대원
김도훈 기자.
김길원 기자 = 올해 설 명절 연휴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기본 6일이 됐다. 만약 31일까지 연차를 낸다면 최장 9일을 쉴 수도 있다.
이처럼 명절 연휴가 길어질 때는 혹시라도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해 두는 게 좋다. 가족이 머무는 곳 가까이서 응급실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멀리 여행 중이라면 당황한 나머지 자칫 치료에 필요한 적기를 놓칠 수 있어서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함께 긴 연휴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 대처 요령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 설 연휴에 가족 단위 해외여행객이 많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응급상황 대처 요령은.
▲ 소방청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는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24시간 근무하면서 응급처치 지도를 포함한 '재외국민 119응급의료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 82-44-320-0119)와 홈페이지(www.119.go.kr)뿐 아니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채널(소방청 응급의료 상담서비스), LINE(소방청 응급의료 상담서비스)과 같은 SNS까지 다양하게 열려 있다.
외교부 영사콜센터(☎ 02-3210-0404)를 통해서도 소방청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연결이 가능하다.
-- 명절 음식을 장만하다 손가락을 베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명절에 음식을 만들다가 식칼이나 과도에 손가락을 베고 나서 지혈제라며 흰색 가루를 뿌린 채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하지만, 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잘못된 응급처치 상식이다.
성분이 불명확한 미세 가루 알갱이들이 피부 조직에 박혀 생리식염수로 세척해도 다 제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봉합하면 상처 부위에 남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상처가 난 부위는 흐르는 깨끗한 물로 씻고, 거즈나 오염되지 않은 수건으로 직접 눌러 압박 지혈한 뒤 심장보다 높이 들고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산업 현장이나 식당에서 기계나 주방 기구를 쓰다 손가락이 절단됐다면 상처 처치는 동일하게 하되, 절단된 부위를 흐르는 깨끗한 물에 씻어서 가져와야 한다. 절단 부위를 물에 넣어 퉁퉁 불게 하거나, 열에 말리거나, 얼음에 직접 닿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잘 모르겠다면 119에 신고해 도움받기를 권한다.
화상 환자 치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음식을 조리하다 화상을 입었을 때 응급대처요령은.
▲ 뜨거운 국이나 탕, 기름에 데어 화상이 발생하면 집에 있는 연고를 먼저 바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게 우선이 아니다.
화상 때는 즉시 화상 부위의 옷이나 반지, 팔찌와 같은 장신구를 제거하고 화상 부위를 최소 10분, 이상적으로는 20분 정도 깨끗하면서 흐르는 찬물로 식혀 주어야 한다.
다만,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40분 이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화상 부위를 식혀 준다고 얼음이나 냉매가 든 팩을 직접 대는 것 역시 금물이다. 응급처치 이후에는 꼭 응급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막히거나 갑자기 복통이 생긴 경우에 응급처치 요령은.
▲ 설날 음식을 먹다가 떡이나 견과류, 과일 등이 기도를 막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선 예방 차원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급히 먹지 말아야 하며, 음식을 먹으면서 말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할 행동이다.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숨을 못 쉬고 괴로워하면서 신음조차 못 내며, 말도 못 하는 상태가 된다면 이물에 의한 기도 폐쇄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하임리히법이나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처치 요령을 알고 있다면 즉시 시행하고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다만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음식이 다행히 식도로 잘 넘어가 호흡이 안정적이면서 의식이 명료하고, 말을 잘하고 있다면 119에 신고할 일은 아니다.
복통과 관련해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매운 음식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너무 매운 마라탕이나 치킨, 라면 등을 먹고 저녁이나 새벽에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무리 젊고 건강해도 과도하게 매운 음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붐비는 응급실
신현우 기자
-- 임신부들은 긴 명절에 걱정이 많다. 응급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응급 분만의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 외에도 출생한 신생아를 돌보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인큐베이터라는 자원까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스스로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임신부는 다니던 산부인과 병의원이 연휴 기간에 진료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연휴 기간 중 다니던 산부인과 병의원이 진료하지 않는 경우에는 급하다고 해서 무작정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찾기보다 119에 먼저 연락해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산과·신생아 전담팀을 연휴 기간 중 운영하며, 정부는 지역 내 이송과 병원 간 전원을 조정하는 체계를 설날 연휴 대책으로 시행한다.
--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할만한 사례도 있나.
▲ 명절에는 오랜만에 찾아뵌 고령의 부모님을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응급실로 모시고 와 종합 검진을 해 달라거나 그저 좋은 영양제 주사를 놔 달라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종합 검진과 영양제 주사는 집 주변의 병의원에서 평일에 예약해서 진행하면 된다.
응급실이 올바로 기능하려면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
응급실은 △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심정지 환자 △ 급성 흉통과 가슴 답답함, 식은땀까지 동반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 의식 저하, 편마비, 구음장애가 갑자기 발생한 급성 뇌졸중 환자 △ 숨쉬기가 힘들 정도의 급성 호흡곤란 환자 △ 중증외상 환자 △ 응급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급성 질환자, 외상 환자 등이 우선으로 치료받는 곳이다.
발열 외의 활력징후는 정상으로 유지되면서 의식이 있고 스스로 말하면서 걸을 수 있는 환자들은 우선 집 주위의 병의원에서 진료받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