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참사' 여론 악화에 세르비아 총리 사임
기사 작성일 : 2025-01-29 20:00:56

부세비치 총리에게 볼 키스하는 부치치 대통령(왼쪽)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 기차역 지붕 붕괴 참사 이후 석 달 가까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밀로스 부세비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부세비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 더는 긴장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참사가 일어났던 노비사드의 시장도 함께 사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로 물러난 정부 인사 중 최고위직 인물이다. 앞서 고란 베시치 건설교통부 장관을 포함해 여러 명의 정부 고위직 인사가 기소되거나 자진 사임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저녁 TV 연설에서 조기 총선을 할지 아니면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 향후 10일 이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기 총선은 4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세비치 총리의 사임이 근본적인 정치적 변화를 원하는 시위대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영국 BBC는 전망했다.

세르비아는 총리에게 권한이 있는 의원내각제이지만 실권자는 부치치 대통령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집권당 세르비아혁신당(SNS)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으며, 정부와 의회, 언론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치치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이 투표에서 패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지만 현재로서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BBC는 "세르비아혁신당은 조직력이 강하고, 언론을 장악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1년 전 치러진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반면 야권은 분열됐고 언론 지원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위대의 반응이 향후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의 사임 이후 시위가 잦아들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계속된다면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일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콘크리트로 된 길이 35m 야외 지붕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시민들을 덮쳐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사지 절단 중상을 입었다.

1964년 건설된 이 기차역은 3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친 뒤 지난해 7월 재개장했다. 다시 문을 연 지 넉 달도 되지 않아 발생한 이 사고는 세르비아 국민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참사 이후 많은 여론은 부실 보수공사의 원인으로 정계의 부정부패, 직무 태만, 족벌주의를 지목했다.

국민적 분노와 책임 추궁에도 정부가 보수공사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면서 강경하게 진압하자 대학생까지 가세해 광범위한 시위로 번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약 1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 24일에는 많은 세르비아인이 전국적인 총파업에 나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