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수장서 국가원수로…내전종식 시리아 과도 대통령에 알샤라(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30 14:00:58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추대된 아메드 알샤라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몰아내고 13년여간 이어진 내전을 종식한 시리아 과도정부의 실권자 아메드 알샤라(반군 시절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시리아를 이끌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됐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dpa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군사작전사령부(MOC)의 하산 압델 가니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도자 아메드 알샤라가 과도기적 단계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직을 맡았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압델 가니 대변인은 "그는 시리아 아랍 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국제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에는 2012년 개정된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아사드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던 시리아 인민평의회(의회) 및 관련 위원회를 공식 해산하는 동시에 바트당을 해체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바트당은 1963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후 수십년간 하페즈 알아사드와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의 2대에 걸친 철권통치를 뒷받침해 왔다. 시리아 바트당은 알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압델 가니 대변인은 과도정부의 대통령직을 맡은 알샤라가 임시 입법위원회를 구성, 새 헌법이 반포될 때까지 의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옛 정권의 군대는 해체되고 새로운 시리아 국방군으로 대체될 것"이고, 오랜 내전 기간 아사드가 이끄는 정부군과 맞서온 반군 세력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처들의 목표는 재건이 시작된 시리아의 통합과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이날 '시리아 혁명 승리 선언을 위한 회의'를 열고 알샤라의 대통령 추대 등 결정사항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수장인 알샤라는 시리아 반군이 지난달 8일 아사드를 몰아내고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알카에다에 합류했다가 미군에 붙들려 5년간 수감된 적이 있고, 2012년에는 시리아내 알카에다 연계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의 사령관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한 알샤라는 여성에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실용·온건노선으로 전환했으며, 그가 이끄는 알누스라 전선 역시 이듬해 HTS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 방식을 변경했다.

일각에선 알샤라와 HTS가 권력을 손에 넣은 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던 과거의 이슬람 극단주의적 태도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관련국들은 시리아 새 정부에 일단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이다.

미국은 알샤라에게 걸었던 1천만달러(약 144억원)의 현상금을 최근 해제하는 등 관계개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유럽연합(EU)은 27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EU의 시리아 제재 완화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한편, 시리아 과도정부는 서방에 대한 유화적 태도와 대조적으로 아사드 정권의 편에 서서 반군 세력을 공격했던 러시아를 상대로는 배상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국영 SANA 통신은 과도정부와 전날 다마스쿠스를 찾은 러시아 외무부 대표단과의 논의에서 "배상과 재건, 복구와 같은 구체적 조처를 통해 시리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있어서의 러시아의 역할"과 관련한 사항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대표단 파견이 시리아 당국과의 대화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리아 측이 피해 배상이나 러시아로 망명한 바샤르 알아사드의 신병 인도 등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해선 언급을 하지 않겠다. 우리는 시리아 당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이자 전략 거점인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자리한 자국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계속 사용하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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