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관세폭탄에 촉각…대서양 무역전쟁 '초대형 전운'
기사 작성일 : 2025-02-03 01:00:56

EU 깃발과 트럼프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공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가 이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서양 무역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에 보낸 이메일 입장문에서 "EU 상품에 대한 부당하거나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모든 무역 파트너국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EU에 대해서도 유사 조처를 예고한 데 대한 첫 반응이다.

미국과 EU가 통상 분쟁을 벌이면 양측의 교역 규모를 볼 때 그 파급력은 개별국가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EU에 따르면 양측의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2023년 기준 1조5천억 유로(약 2천270조원)로,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43% 규모다.

폴리티코 유럽판도 전날 기사에서 EU의 대미 수출액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며 중국에 이어 두 번째 교역국이라고 지적하며 '초대형 무역전쟁'이 임박했다고 해설했다.

그런데도 EU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은 선명하다.

그는 취재진과 문답에서 "진실한 답변을 원하느냐, 아니면 정치적 답변을 원하느냐. 당연히 틀림없이(Absolutely, absolutely)"라며 "EU는 (교역 시) 우리를 매우 끔찍하게 대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시기나 품목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조처를 하는 것"에 관한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EU의 입장은 그간 이익을 보호하겠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 모색이 최우선이라며 절제된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미 메시지의 수위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보편관세 정책이 현실화하자 이제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무역분쟁을 겪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EU는 강력히 반발하며 위스키·청바지·오토바이 등 6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부터 양측은 한시적 무관세 조처에 합의하고 철강 관세 해소를 위한 일명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A) 협상에 착수했으나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트럼프 2기가 들어섰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광범위한 부문에서 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철강·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은 물론, 재선 확정 직후인 작년 11월에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을 언급하며 이들을 '미국산'으로 회귀시킬 방법은 고율 관세뿐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12월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수입하지 않으면 '끝장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EU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이하 ACI)'를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ACI는 트럼프 1기 당시에는 없던 EU의 무역방어 수단으로, EU 및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역내 투자 제한, 배상금 부과 등 맞대응 조처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