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조중단에 전세계 민주주의 활동 타격…독재자에 '선물'
기사 작성일 : 2025-02-04 22:00: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해외 원조 지출을 90일간 중단시킨 결정이 전 세계 민주주의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해외 원조 중단을 단행함에 따라 권위주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단체들의 자금줄이 끊겼다.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에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투표를 적발하기 위해 투표 관리자를 훈련한 단체, 쿠바와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단체들, 벨라루스 대선 부정선거 방지 캠페인에 참여한 벨라루스 망명자 그룹 등이 포함됐다.

미 의회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꼽히는 벨라루스, 중국, 쿠바, 이란, 니카라과,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8개국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응하는 민주화 프로그램에 올해 최소 6억9천만달러(약 1조64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둔 상태였다.

민주주의 증진에 투입되는 자금 대부분은 미 정부의 해외 원조 전담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전달되는데, USAID는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후 '청산 대상'으로 지목됐고 직원들은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 세계의 '스트롱맨'(권위주의 통치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반기면서 반대자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부정선거 논란에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을 확정 지은 베네수엘라는 USAID가 야당에 제공한 지원은 '부패의 블랙박스'라며 조사 방침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야당에 졌다는 증거를 공개해 온 베네수엘라 선거감시단은 자금 부족에 마두로 반대운동을 조직해 온 핵심 인사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한 활동가는 "트럼프는 마두로가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일, 즉 시민사회를 질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남미 국가에서 군과 정부 고위 간부들의 부패를 폭로한 언론인들, 정치범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등도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주기구(OAS) 산하의 위원회인 미주인권위원회(IACHR)도 최근 인력을 3분의 1 줄였다.

IACHR는 미국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에서 인권 감시활동을 해왔는데 자금 동결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로버타 클라크 IACHR 위원장은 원조 중단은 "매우 파괴적이고 매우 잔인하다"고 규탄했다.

중국 공산당에 맞서 싸우는 민주주의 운동가들도 위기에 처했다.

티베트와 홍콩, 위구르족 소수민족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은 재정적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의 설립자인 토르 할보르센은 "이런 필수적인 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을 삭감하는 것은 독재 정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용감한 개인들을 약화시킨다"며 "이러한 특별한 투자는 바로 복원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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