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잘했어
(하얼빈= 박동주 기자 = 6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라운드로빈 B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김경애-성지훈이 아쉬워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25.2.6
(하얼빈= 설하은 기자 =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컬링 믹스더블 한중전에서 패한 김경애(강릉시청)-성지훈(강원도청) 조는 강팀 중국에 비해 전력상 열세였고, 경기장 적응력에서도 밀렸으며, 홈 관중과 취재진의 일방적인 응원과도 싸워야 했다.
김경애-성지훈 조는 6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컬링 믹스더블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중국의 한위-왕즈위 조에 4-6으로 졌다.
한위-왕즈위 조(36위)는 이번 대회 믹스더블 출전팀 중 일본의 고아나 도리-아오키 고 조(5위)에 이어 두 번째로 랭킹이 높은 팀으로, 객관적 전력상 김경애-성지훈 조(59위)보다 강하다.
또 지난해 11∼12월 참가한 세 차례 국제대회에서는 모두 2∼3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뽐내고 있었다.
신중한 투구하는 김경애
(하얼빈= 박동주 기자 = 6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라운드로빈 B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김경애가 투구하고 있다. 2025.2.6
김경애와 성지훈은 강팀 중국을 상대로 경기 초반엔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으나 후반전에서 급격히 무너졌다.
1∼4엔드를 2-3으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재개된 5엔드에서부터 아이스 리딩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김경애는 스톤을 던질 때마다 연신 '세다, 세다'라고 외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지훈의 스톤은 너무 강했다.
여러 개의 스톤이 빠른 속도로 아이스를 질주했고, 하우스를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스톤이 너무 뻗어나가자 이번엔 웨이트를 약하게 조절했더니 또 너무 짧게 나아가면서 원하는 곳에 스톤을 위치하는 데 실패했다.
컬링 경기에선 얼음의 특질을 읽는 아이스 리딩 싸움이 사실상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홈 팀 중국보다 아이스에 적응할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경애는 "상대는 확실히 얼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 "한위와 왕즈위는 서로 소통도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보다 좀 더 좋았기 때문에 상대가 좋은 샷을 더 많이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임명섭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 역시 "얼음이 오늘부터 좀 더 많이 뻗어가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 부분에 좀 적응을 못 한 것 같다. (우리는 처음 경기를 치른) B 시트는 원래 이런 아이스일 수도 있다"며 "중국은 여기서 연습해서 그런지 적응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념 촬영하는 김경애와 임명섭 감독
(하얼빈= 설하은 기자 = 김경애(왼쪽)와 임명섭 감독이 6일(현지시간)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2.6
김경애과 성지훈은 관중석 대부분을 차지한 중국의 홈 팬, 취재진 등 '경기장 밖의 적'과도 마주해야 했다.
경기가 열린 B 시트에 가까운 관중석엔 붉은 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른 중국 팬들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장내 아나운서와 대회 마스코트인 백두산 호랑이(중국명 동북 호랑이·東北虎) '빈빈'과 '니니'가 관중석을 돌며 관중의 '자여우'(加油·힘내라)를 유도했다.
경기 전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소개될 때는 관중석과 중계석 등에서 가장 큰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중국에 패한 한국 컬링 믹스더블
(하얼빈= 박동주 기자 = 6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라운드로빈 B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김경애-성지훈이 아쉬워하며 상대팀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2.6
양 팀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 엔드가 끝날 때마다도 경기장 내 온도 차가 컸다.
1엔드에서 좋은 샷감을 선보인 한국이 1점을 먼저 스틸하거나 중국이 한위의 스톤 속도 조절 실패로 하우스를 지나쳐 흘러갈 땐 조용했던 경기장이었다.
반면 2엔드에서 중국의 왕즈위와 한위가 좋은 샷으로 2점 따내 역전하자 중국 취재진과 관중의 박수가 뜨겁게 쏟아져 나왔다.
중국 팀이 '굿샷'을 던졌을 때 응원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한국 선수들이 실수하면 야유성으로 더 크게 환호한다는 게 문제였다.
5엔드와 6엔드에서 성지훈의 스톤이 하우스를 지나쳐 버리자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다만 경기 뒤 김경애는 "이건 어쩔 수 없는 홈 어드밴티지라고 생각한다"며 "우린 경험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일방적인 응원엔 초점을 그다지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