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칩 강자 CXMT 급성장, 삼성전자·하이닉스 위협"
기사 작성일 : 2025-02-10 19:01:01

중국 반도체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차병섭 기자 =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 자료를 인용해 9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인 D램 시장에서 CXMT 점유율이 2020년만 해도 제로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5%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D램 시장은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지배해온 분야로, 2023년 이들 3개 업체의 매출 비중이 96%가량이었다.

정창원 노무라 아시아리서치 공동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CXMT의 부상으로 한국 반도체업체들은 저가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넘쳐나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물량의 문제이며, 특히 삼성이 공급 과잉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CXMT는 창사 당시인 2016년만 해도 D램 자체 생산 역량이 거의 없었지만, 2019년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과 중국 정부의 투자 하에 당시 기준으로 최신 D램 제품이던 더블데이터레이트(DDR)4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CXMT는 현재 기준 최신인 DDR5 대량 생산도 지난해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는 CXMT가 DDR4 생산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면서, 웨이퍼 생산능력이 2022년 매월 7만장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 매월 20만장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15% 수준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구형 D램 가격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이익률이 감소하고, 결국 두 업체가 저가 시장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반도체 제품


[CXMT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리서치업체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CXMT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고 중국 시장 비중이 크다면서도 빠른 성장세로 '눈덩이(snowball)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봤다.

그는 "시장 점유율이 커질수록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율이 높아진다. 비용은 낮아지고 다시 시장 점유율이 커진다"면서 "이는 정확히 1980∼1990년대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몰아낸 방식이며, 이제 비슷한 일이 한국에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도 CXMT의 D램 시장 성장세가 빠르게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가성비를 앞세운 인공지능(AI) 모델을 내놓으며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CXMT는 AI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CXMT가 중국에 HBM2(2세대 HBM) 생산능력을 갖춘 28만㎡ 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라고 전했으나, CXMT는 FT 측의 논평 요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중 6세대인 HBM4 제품 공급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 개선 제품을 1분기 말부터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고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XMT의 HBM2의 생산능력 확대는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허치슨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고가 제품 시장에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 저가 제품 시장에서 CXMT의 압박을 받는 넛크래커(nutcracker·호도 까는 기구)에 낀 상황"이라고 했다.

CXMT가 미국 수출 규제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FT는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