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묻지마 구상·험악한 입에 중동은 다시 소용돌이
기사 작성일 : 2025-02-11 12:00: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김용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아이디어와 거친 발언이 이어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어렵사리 이뤄진 레바논과 가자지구의 휴전으로 중동에 모처럼 평화의 기운이 감도는가 했더니, 가자지구 소유와 주민 강제이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공격적 아이디어와 중동을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중동의 불안 요소가 다시 증폭되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휴전이 취소돼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하마스가 발표한 인질 석방 연기 방침에 대해선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시 "온갖 지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자신의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서도 '원조 중단'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국으로 지목한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피란민 수용을 거부한다면 양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구상은 거주하는 2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이곳을 미국의 소유로 해 국제적인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공격적인 구상은 장기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지지해온 미국의 '두 국가 해법' 정책을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아랍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서유럽 우방들로부터도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는 서방의 오랜 동맹국들과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수교)의 완결을 위해 1기 행정부 때 공을 들였던 아랍권 국가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


[AFP=]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가자지구 구상을 "미래를 위한 부동산 개발"로 묘사하며 추진 의지가 확고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15개월에 극적으로 타결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하마스는 10일 돌연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 중 발포를 하거나 구호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중단 발표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를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고 맞섰다.

지난달 19일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일단 6주간 교전을 멈추는 단계적 휴전에 돌입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에 이뤄진 휴전을 위협하는 일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일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지역의 헤즈볼라가 사용 중인 지하 터널을 폭격하는 등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잇따라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작년 11월 27일 양측 모두 레바논 남부에서 병력을 빼는 조건으로 60일간 일시 휴전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휴전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중재로 철군 시한은 내달 18일까지로 늦춰졌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의 휴전이 가까스로 불안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네타냐후도 맞장구를 치면서 중동의 정치 불안은 계속 증폭되는 기류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일 트럼프의 가자지구 구상에 반발하는 사우디를 겨냥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한다면 영토가 넓은 사우디 안에 세우라"고 쏘아붙이며 팔레스타인과 아랍의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미국이 공을 들여온 자국과 이스라엘과의 수교에서 타협할 수 없는 전제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인 네타냐후에게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구상은 방미에서 얻은 깜짝 '선물' 같은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의 수교나 하마스와의 휴전 연장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백악관을 찾은 그에게 오히려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내쫓아버린다는 이스라엘 극우진영의 오랜 염원에 부응하는 구상을 선물로 안겨줬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이스라엘정책포럼의 시라 에프런 선임연구위원은 10일 '트럼프, 네타냐후에 최고의 선물 제공'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워싱턴 공식 방문을 승리로 마무리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정권의 생명선 연장이라는 매우 귀중한 선물을 안겨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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