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천 조다운 김정진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계엄 선포 전후의 국정 혼란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을 44번, 이재명 대표를 18번 언급했다. 연설의 대부분을 '야당 때리기'에 할애한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또 추경과 개헌을 고리로 수세에 몰렸던 탄핵 정국의 분위기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야당 고성에 웃음으로 대응하는 권성동 원내대표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던 중 야당의 고성 섞인 야유에 웃음을 짓고 있다. 2025.2.11
◇ 거야 '의회 독재' 맹공…"아버지 이재명 방탄 목적"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사과했지만, 이러한 국정 혼란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29차례의 탄핵 소추, 23차례의 특검법 발의, 38차례의 재의요구권 유도, '갑질' 청문회 강행, 예산안 단독 처리를 열거하며 국정 혼란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같이 행동한 배경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지목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은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해온 한미 동맹과 성장 등의 실용주의 노선도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 전술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은 언제든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포퓰리즘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정책과 노선을 수정할 의지가 있다면 노란봉투법과 국회증언감정법부터 폐기하라. 그렇지 못하면 이 대표가 외친 실용주의는 정치적 가면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의 '이재명 때리기'는 이 대표에게 반감이 크다고 평가받는 중도·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에 선을 긋고 있지만,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한 반대 여론을 더욱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 추경·개헌 의지…野 압박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 시도
권 원내대표는 추경 편성과 개헌을 고리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시도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1분기 예산 조기 집행 후 추경 검토'가 당의 기존 입장이었지만,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추경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향후 추경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개헌도 촉구했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의회의 권력 남용을 다룰 경우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민주당이 행사한 의회 권력의 부당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또 의료 개혁, 연금 개혁,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마친 권성동 원내대표
류영석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2.11
◇ 尹정부 3년 성과 재조명…"공은 계승하고 과는 덜겠다"
권 원내대표는 수출 증가세, 1인당 국내총생산(GDP), 집값 안정, 원전 생태계 복원, 한미동맹 복원, 한일관계 정상화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 3년 성과도 재조명했다.
아울러 첨단기업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에너지, 교통, 통신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국토 종합 인프라 개발 로드맵' 구축도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공은 계승하고 과는 덜어내는 것이 후배 정치인의 책무"라며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 남겨진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성과 재조명은 탄핵 정국에서 자칫 '실패한 정부'로 규정되는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보수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