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체육사의 산증인' 이인철 체육발전연구원장 별세(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11 15:00:36

'전북체육사의 산증인' 이인철 체육발전연구원장 별세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 김동철 기자 = 전북체육사의 산증인으로 활약한 이인철 체육발전연구원장(전북체육회 상임고문)이 지난 10일 오후 6시 1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1일 전했다. 향년 96세.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친이 정미소를 운영하던 강원도 철원에서 광복 직전 중학교를 졸업한 뒤 1949년 38선을 넘었다.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우연한 기회로 경찰관 모집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첫 배속지가 전북이었다.

정보과 경찰로 꼭 10년을 근무한 뒤 4·19 직후 옷을 벗었다.

이후 전주 남부시장에서 장사하다가 회사원으로 변신했다. 전북연탄의 전신인 '일자표 연탄' 사장을 거쳐 부산 등의 회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1980년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 전북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었다.

1957년 한 월간지에 호남인들의 특성을 악질적으로 폄훼한 글이 게재되자 당시 전주경찰서 사찰반장이던 이 원장은 이를 알려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도민 궐기대회까지 열리게 됐다.

이 일을 계기로 지역 역사를 바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체육과 문화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1992년 전북체육발전연구원을 설립한 이 원장은 '실록 전북체육사', '사진으로 보는 한국체육사' 등을 펴냈고 '전주부사'를 번역했다.

실록 전북체육사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축구, 사이클, 마라톤, 태권도 등 8개 종목의 역사와 주요 경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전북체육의 역사 그 자체였다. 체육과 관계는 없으나 자비를 들여 한국전쟁 피살자 묘역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생전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와 인터뷰에서 "체육이 땀이라면, 땀은 빨갛게 흐르는 법이 없다. 오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장되지 않고 그야말로 영양소가 듬뿍 담긴 체육인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돈을 좋아하고 감옥을 드나드는 잡스러운 체육인은 사라져야 한다. 건달과 체육인이 구분되길 바라며,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체육인의 자세를 역설했다.

또 전북일보와 인터뷰에선 "역사는 기록으로 말한다"며 "후학들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이 작게라도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보람 있다"고 자긍심을 나타냈다.

유족은 이상헌(대양에너지 대표)씨와 이남희(사랑드림요양원 간호팀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전북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 13일. ☎ 063-250-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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