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안보 불 떨어진 유럽…방산업계 몸집 키우기 안간힘
기사 작성일 : 2025-02-14 04:01:01

독일 라인메탈 공장


[EPA 자료사진]

(런던= 김지연 특파원 = 자력으로 안보를 책임지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유럽은 방위력 강화라는 다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간 유럽 각국도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으나 유럽 방산업계는 현재로선 재무장 및 미래 전쟁 대비를 위한 도전이 혹독한 수준이라고 경고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탄약과 탱크, 방공 미사일, 로켓 등 군 장비 생산을 늘리고는 있으나 냉전 종식 후 수십 년에 걸친 투자 부족과 장기간의 미국 장비 의존으로 유럽 방산업의 전반적 생산 능력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2024년 기준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장비에 대한 지출은 GDP의 0.7%로 그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무기 매출 기준으로 세계 15대 무기 생산 업체 가운데 유럽 기업은 영국 BAE 시스템스(298억달러·43조1천억원), 프랑스 에어버스(129억달러·18조7천억원), 이탈리아 레오나르도(124억달러·18조원) 등 3개뿐이다. 10대 기업을 따지면 BAE 시스템스가 유일하다.

독일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CEO는 유럽에는 매출 400억유로(60조4천억원) 정도의 '챔피언' 기업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만 주요 주문에 대응해 산업적 규모의 방위 생산과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유럽의 방위산업은 기업별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 규모는 작다. 싱크탱크 브뤼헐이 각국 주요 자주포 모델을 분석한 결과 유럽 모델의 단위당 생산비는 높은 반면 연간 생산량은 적은 경향을 보였다.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투자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장기 주문, 범유럽 기업 간 협업,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특히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CEO는 지난달 "유럽에 필요한 건 첫째로 함께 모여 규모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둘째로 더 많은 돈을 쓰는 것, 셋째로 유럽에서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로베르토 친골라니 최고경영자(CEO)는 강하고 신뢰할 만한 유럽 방위는 "EU 수준에서 현재의 분열을 줄이고 투자를 합리화하며 각국 평균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만 가능하다며 "산업 동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 에어쇼의 에어버스


[EPA 자료사진]

'유럽 통합'은 시도되고 있다. 프랑스 에어버스와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같은 대형 경쟁사에 맞설 우주 프로젝트 협력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앞서 에어버스와 탈레스 간 우주 협력 시도도 불발된 바 있다.

톰 월드윈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공동 프로젝트는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단위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과거 시도는 비효율과 협상 지연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핵심 방위 분야에 초점을 맞춘 유럽 챔피언 기업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는 각국 기업에 대한 통제력이나 일자리 문제로 공동 개발 프로젝트보다도 어려울 수 있다.

EU 차원이나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공동 입찰, 방위비 지출을 위한 EU 차원의 공동 차입을 통한 자금 확보 등도 방안으로 제시된다.

방산업계는 이런 어려움에도 자력 방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친골라니 CEO는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보다 훨씬 강한 나토의 불균형은 더는 불가능하다. 이는 트럼프 귀환 훨씬 전부터 사실이었다"며 "미국이 우리를 지키는 게 자기네 일이 아니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사브의 미카엘 요한손 CEO도 "유럽 국가들이 유럽 역량(유럽 장비)을 사기로 선택하면 업계가 수익을 투자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유럽이 자체 생산력과 회복성, 행동할 자유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장 BAE 시스템스


[EPA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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