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뇌물죄 기소 취소하라" 지시에 美 법무부 간부 줄사퇴
기사 작성일 : 2025-02-14 09:00:59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로이터 자료사진]

(뉴욕= 이지헌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공소를 취소하려 하자 담당 검찰청 및 법무부 담당부서 고위 간부들이 이에 반발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의 대니엘 사순 검사장 권한대행은 13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 대한 공소를 취하하라는 에밀 보브 법무부 차관의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앞서 보브 차관은 전날 애덤스 시장 형사사건 공소를 취하하라는 지시를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사순 검사장 권한대행은 팸 본디 미 법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보브 차관의 공소 취하 명령에 대해 "두려움이나 편향 없이 범죄 혐의자를 기소하고, 법정에서 신의성실에 입각해 주장을 펼쳐야 하는 내 능력과 의무에 배치된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순 권한대행은 서한에서 애덤스 시장의 공소 제기가 취하돼야만 그가 법무부의 법 집행 우선순위를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변호인들이 대가성 거래를 반복적으로 촉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순 권한대행이 공소 취하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자 법무부는 애덤스 시장 사건을 법무부 내 반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국 공공청렴부(PIN)에 이관했다.

그러자 공공청렴부의 존 켈러 부서장 권한대행도 애덤스 시장 사건 공소 취하를 거부하며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법무부 형사국을 이끄는 케빈 드리스콜 국장 권한대행도 공소 취하를 거부하며 이날 사직서를 함께 제출했다.

NYT는 "이번 사임 사태는 법무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력 강화에 맞선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개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애덤스 시장은 지난해 9월 전자금융 사기, 뇌물 수수,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 5개 범죄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 구청장 시절이던 지난 2014년부터 외국인 사업가와 튀르키예 정부 당국자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를 넘는 금액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애덤스 시장은 금품을 받은 대가로 2021년 튀르키예 정부가 뉴욕시에 건축한 '튀르키예 하우스'의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소방 당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기소 후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선 사퇴 요구가 확산했지만, 애덤스 시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시장직을 고수해왔다.

경찰 출신인 애덤스 시장은 범죄 억제 공약을 내걸고 뉴욕시 110대 시장으로 선출돼 2022년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까지다.

그러나 미 민주당 내에선 애덤스 시장이 공소 취소나 사면을 받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았으며, 지난달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취임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앞서 NYT는 현 민주당 소속인 애덤스 시장이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뉴욕시장 재선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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