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구글, 中·러시아 등의 콘텐츠 검열 요청에 협력"
기사 작성일 : 2025-02-16 15:00:59

구글 로고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이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권위주의 국가들의 요청에 응해 유튜브 등에서의 콘텐츠 검열에 협력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일판 신문인 옵서버는 구글이 6개월 단위로 발간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가 세계 150개국 정부의 요청으로 2011년부터 560만개의 콘텐츠를 삭제해 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가 이전의 갑절이 넘는 규모로 급증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러한 콘텐츠 삭제 요청의 절반 이상은 러시아에서 나왔다고 한다.

옵서버는 "2024년 6월 이전 4년간 러시아가 전체 삭제 요청의 60%를 차지했다"면서 "러시아 인터넷 검열기구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는 구글과 주고받은 서신이 가장 많았고, 일부 보고서에서 '로스코'라는 약칭으로 기재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구글은 보고서에서 로스콤나드조르 측 요청에 따라 유튜브 동영상 한 건을 삭제했으며, 해당 영상은 '정치인들의 부패'를 폭로하면서 해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폭력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이었다고 적었다.

또, 러시아 시민들이 구글의 '블로거'(Blogger) 서비스에서 '러시아군의 역사와 정책, 현충일 등 주요 기념일에 대한 비판'이 포함된 게시물을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구글은 2022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대항해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유튜브 영상 여럿을 검열했고, 2021년 러시아 총선 당시에는 지난해 의문사한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이 올린 콘텐츠의 열람을 일시 차단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유튜브에선 러시아 국기를 불태우고 러시아 국가상징물을 모욕하는 우크라이나 시위대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삭제되기도 했다.

중국도 구글에 콘텐츠 삭제 요청을 넣어 유튜브에서 200개가 넘는 영상물을 내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옵서버는 "공안부의 삭제요청 대상은 총 412개이고, 이중 346개가 '중화인민공화국 정치체제 내부의 부패 의혹이나 최고위급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사례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정부 측 요청을 거부한 사례 위주로만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며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미국 정부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구글로 하여금 내리게 한 콘텐츠는 1만2천개에 달하지만, 이중 세부사항이 공개된 건 40건 미만이라고 옵서버는 지적했다.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해리엇 모이니핸 연구원은 "투명성이 큰 문제다. 우리와 같은 연구자들도 이런 기술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지와 관련해선 피상적으로밖에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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