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 기자 = 정부가 19일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중소 건설사에 8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이 지원되고 건설업계를 옥죄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업의 책임준공 확약도 손질한다.
그러나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수요 진작 방안은 대책에서 제외돼 경기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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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준공 후 미분양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준공후 미분양 LH가 3천가구 매입…등록임대도 허용
정부는 일단 2만가구에 달하는 준공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건설사가 요청하는 경우 이중 3천가구 정도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재원은 LH의 매입임대 예산 가운데 기존주택 매입임대 예산 3천억원을 활용하되, 매입 실적에 따라 추가 예산을 투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LH가 분양가의 얼마에 매입할지는 미정이다.
과거 LH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10년에 7천58가구의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보다 약 30∼40% 싼 가격에 역경매 방식으로 매입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분양가보다 충분히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8년 매입 당시 준공후 미분양이 5만2천가구 선이어서 이번에 3천가구 정도면 적지 않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수요가 있는 곳의 미분양을 매입해 '든든전세'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H의 매입 가격을 지켜봐야겠지만 분양가의 70% 이하로 사준다면 현재 공사비가 크게 오른 데다 기 분양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비아파트에만 허용하고 있는 '매입형 등록임대'를 전용면적 85㎡ 이하의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로 확대한다.
준공 후 아파트를 분양받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 사항으로 법 통과가 관건이다.
지방 준공후 미분양 매입자가 디딤돌 대출을 이용할 경우에는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현재 디딤돌 대출 금리는 소득수준과 만기에 따라 2∼4% 수준인데 여기에서 일정수준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여당이 요구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유예는 DSR 원칙이 무너지고 실효성도 없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대책에서 제외됐다.
대신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오는 7월 시행될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지방에 한해 차등 적용하는 내용을 4∼5월경에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또 지방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방은행이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시 경상성장률(3.8%) 초과를 허용하고, 금융기관이 지방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할 경우에는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탄핵 정국을 감안해 법 개정이 필요하나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세제 지원 혜택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건설업계는 현재 준공주택은 물론 지방 미분양 전체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거나 50%를 감면해주고, 해당 주택을 5년 이내 양도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해주는 등 적극적인 수요 진작책을 요구했으나 대책에서 빠지면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 현재 대출이 문제가 아니라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장래에 세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실질적인 수요 대책이 제외됨에 따라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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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LH 미분양 매입 확대
[TV 제공]
◇ '책임준공 확약' 기준 완화, 중소 건설사에 8조원 정책자금 지원
정부는 건설업계가 공사비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해 작년 말 발표한 공사비 현실화 방안의 후속 조치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공사비 산정시 활용되는 표준품셈 개정은 당초 올해 말에서 개선이 시급한 항목에 대해 상반기로 앞당긴다.
또 지난달 말 개선된 낙찰률 상향을 비롯해 턴키 수의계약시 설계 기간 물가 반영·일반 관리비 상향·물가 보정기준 조정 등 4개 과제 개선을 1분기 내에 완료하고 적용 대상도 현재 공공공사에서 지자체 발주 공사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지자체 발주 공사는 전체 공공공사의 51%를 차지한다.
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를 돕기 위해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계속 지원하고,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중소·중견 건설사에 8조원(대출 4조원, 보증 4조원) 수준의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건설사의 줄도산 위기를 키우는 것으로 지목된 '책임준공 확약'도 손질한다.
책임준공이란 PF 대출을 일으킬 때 신용이 약한 영세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건설사)가 기한 내 준공할 것을 보증하는 제도로,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가 PF 대출 전액을 인수해야 해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책임준공의 연장사유를 확대하고, 책임준공 도과기간 등에 따라 채무인수비율을 차등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건설업계와 마련한 실무 초안에서는 책임준공 기한부터 30일 전까지는 채무 인수 금액의 20%, 30∼60일까지는 40%, 60∼90일까지는 60%, 90일 이상의 경우 채무 전액을 인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에만 인정해주던 책임준공 기한 연장 사유도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나 전염병·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연장 사유를 확대 적용하고, 태풍·홍수·지진 등 자연재해는 기상청 기준을 준용해 공사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날 공개된 초안을 바탕으로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 최종안을 확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PF 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자금 경색이 심화하고 있는 비아파트·비주택 사업에 대해서도 PF 보증 제공을 추진하고, 3월부터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사업자 보증료를 인하한다.
이와 함께 신규 사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4∼2025년 신규 개발사업에 대한 개발부담금을 감면(수도권 50%, 비수도권은 100%) 하고,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 상향 등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