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한경협 들어가는 네이버·카카오
기사 작성일 : 2025-02-19 14:00:16

김지훈 선임기자 = "그간 (회장단이) 제조업 위주였는데, 정보기술(IT)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뜨고 있는 지금 회장단을 다양하고 젊게 해서 젊은이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023년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정농단의 어두운 그림자를 청산하고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면서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새로운 사업과 기업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단체의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 자료사진]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인 20일 열리는 한경협 정기총회에서 국내 최대의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국내 대표 가요 기획사인 하이브 등의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의 한경협 가입은 그동안 재개 서열상위권의 제조업 그룹 중심으로 운영돼왔던 전경련 역사를 돌아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네이버·카카오 로고


[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아 1961년 설립된 전경련(당시 이름 한국경제인협회)은 그동안 한국근대화를 이끈 주요 기업들의 참여하에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왔다. 지난 2023년 말 현재 420여개 회원사 중 39.2%가 제조업일 정도로 제조업에 치중해왔다. 이런 전경련이 설립 당시 이름인 한경협으로 바꾼 뒤 다양한 업종의 젊은 기업, 젊은 기업인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 정경유착 논란에 연루돼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내홍을 겪은 뒤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된 탓이다.

한경협은 작년 2월 포스코홀딩스·매일유업·아모레퍼시픽, 위메이드 등 다양한 분야의 회원사들을 새로 유치했다. 작년 9월에는 한경협 회장단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등 비교적 젊은 재계의 총수 3명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확대


한국경제인협회가 회장단의 외연을 확대해 기존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기념 촬영하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왼쪽부터), 이장한 종근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2024.9.10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경협이 유치한 신규 기업들의 위상은 이미 확고하다. 네이버는 작년 연결 매출액이 10조7천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면서 인터넷플랫폼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했다. 카카오도 작년 매출 7조8천738천억원에 영업익 4천915억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8위, 2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치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모르는 이는 없을 만큼 인지도가 높다. BTS를 키워내 K팝 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하이브도 역시 마찬가지다.

쇄신이 필요한 한경협 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도 가입의 필요성이 없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재계 내 커진 위상도 위상이려니와 제2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등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에 각종 규제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하려면 혼자보다는 기업의 입장과 목소리를 대변해줄 보호막과 우산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다만 재벌들로 이뤄진 재계 단체의 쇄신이 단순히 업종의 다양화나 젊은 회원 영입 등 외형적인 측면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경협이 만든 윤리헌장에 적힌 표현 그대로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경영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대·중소기업의 협력을 선도'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도 잊지 않아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