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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일 파업' 업무방해 선고 뒤 입장 밝히는 하청노조
(통영= 이준영 기자 = 2022년 6월 51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관계자 등이 19일 경남 통영시 창원지법 통영지청에서 열린 1심 선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2.19
(통영= 이준영 기자 = 2022년 6월 51일간 파업하며 선박 건조장인 도크를 점거하는 등 사측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1심 형사 재판 선고가 파업 2년 8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이번 판결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대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노동계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며 반발이 거센 가운데 파업 행위로 인한 수백억원대의 민사 재판도 남아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은 1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며, 그 외 노조원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 지회장 등 조선하청지회 소속 28명은 2022년 6월 당시 대우조선해양 거제사업장에서 51일간 파업 투쟁을 하며 도크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등 사측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도크를 점거했고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가로, 세로, 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을 이어갔다.
극심한 갈등을 겪던 노사는 그해 7월 22일 임금 4.5% 인상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파업 51일 만에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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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당시 철제구조물에 들어간 조선하청지회 노동자
[ 자료사진]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 실마리도 풀지 못한 상태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노조가 작업장 핵심 권역인 도크를 점거하면서 선박 생산을 시작한 지 44년 만에 처음으로 진수(만든 배를 물에 띄우는 것) 작업을 중단했다.
또 생산 공정에 차질이 빚어져 선박 인도가 지연되는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47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2023년 9월 처음 열린 이 민사 재판에서 사측은 "노조 파업으로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은 만큼 정당하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조 측은 "손해배상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무분별한 노동 탄압 행위"라며 소 취하를 요구했다.
그동안 경남도와 국회 등이 나서 소 취하 등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재판은 지난해 6월 3차 변론기일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됐다.
재판부가 이날 선고된 업무방해 등 형사 사건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속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선하청지회 측이 즉각 형사 사건 항소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민사 사건 재판부도 조만간 변론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민사 재판은 손해배상 금액이 핵심인 만큼 소를 제기한 한화오션 측은 실제 파업으로 인한 손해액이 얼마인지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
한화오션이 손해배상 금액을 500억원대로 높일 계획이라는 말도 돌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 취하와 관련해서도 경영진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년 전 파업 당시 추정된 금액이 470억원이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더 줄어들 수도 있다"며 "소 취하 여부는 국회 등에서 관련 기구나 협의 자리를 만든다면 그에 응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조선업 호황을 타고 이윤을 챙기는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는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당시 파업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존권 투쟁이었던 만큼 사측은 소를 취하하고 노동자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