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단체 "조병창 병원 철거는 강제 동원 역사 없애기"
기사 작성일 : 2023-03-08 14:00:29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반대하는 시민단체


[촬영 김상연]

(인천= 김상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대표 시설인 일본육군 '조병창'의 병원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재개되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8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침략 전쟁과 강제 동원의 역사를 없애려는 인천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조병창 병원은 일본군 무기 제조공장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치료받던 곳"이라며 "일제강점기를 비롯한 근현대사가 집약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거 없이 토양 오염을 정화하는 방법과 정화 작업 기한을 유예하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시는 왜곡된 법 해석에 근거해 철거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인천시로부터 옛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건물 해체를 위한 허가 신청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전날 오전부터 병원 건물을 따라 철골 비계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철거를 앞두고 사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군 무기공장 '조병창' 병원 건물…철거 준비


(인천= 윤태현 기자 = 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옛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에서 노동자들이 건물 철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공장 '조병창'의 병원으로 철거 여부를 두고 지역 내 갈등이 빚어졌었다.

이에 시민단체는 조병창 병원 건물 앞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형회 협의회 공동대표는 "보이지 않는 것,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후대가 기억할 수 있겠냐"며 "철거 반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와 인천시는 미군이 반환한 캠프마켓 부지를 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연면적 1천324㎡ 규모의 조병창 병원 건물도 철거하기로 했다.

이 병원 건물은 하부 토양에서는 오염 우려 기준(500㎎/㎏)을 초과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측정됐다.

인천시는 국방부·문화재청과 3자 논의 과정에서 건물 원형을 보존하면서 법이 정한 기간인 2023년에 맞춰 토양 정화를 끝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는 건물 철거에 협조하되 건축물의 흔적과 주요 부자재 보존, 정밀기록화 작업 등을 통해 병원 건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보전하기로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