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광형 총장, 이다은, 박인아, 허한나씨 [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 박주영 기자 =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산율뿐만 아니라 유산율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KAIST 크레이지 데이(Crazy Day) 아이디어 공모전'(이하 공모전) 최종 공개 발표심사에서 박인아·이다은·허한나 학생은 이같이 강조했다.

2일 KAIST에 따르면 2002년생 동갑내기로 동국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이들은 인구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찾기 위해 최근 10년간 급증하는 유산율에 주목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유산된 태아는 146만여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348만여명이다.

출산 대비 유산 비율도 지속 증가해 2013년 37.5%에서 2022년 49.4%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잉태된 생명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임신·출산을 장려하는 것만큼이나 출산율 증가를 위한 해법이란 전제 아래 24시간 태아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초박형 기기를 제안했다.

초박형 패치를 산모에게 붙인 뒤 딥러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태아의 안정성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측정 결과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기기가 산모와 의료기관에 실시간으로 통지해 위기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도록 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수도권보다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의 유산율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만 취약지 권역 의료시설과의 연계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박인아 씨는 "인구문제 해결에 있어서 출산율뿐만 아니라 유산율도 중요하다는 새로운 시각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구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KAIST가 인구 위기를 극복할 과학기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진행한 대국민 행사이다.

한 달 동안 254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5개 팀 가운데 이들이 제안한 '유산율 감소를 위한 휴대용 AI 태아측정기 개발' 아이디어가 대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할머니·할아버지가 알려주는 마을 여행 콘셉트에 GPS· 3D 거리뷰 기술을 적용한 관광 안내 서비스 '할말'(충남대 윤민지·안규리·이승민) 팀이, 우수상은 행복한 습관이 출산율 증가와 인구 위기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제안한 유인근(인천 도담초 교사) 씨가 각각 받았다.

공모전을 총괄한 서용석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장은 "청년 세대들이 고령 세대와의 연대와 상생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번에 제시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연구개발(R&D)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보건복지부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