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중도우파 바르니에 정부 출범…의회 신임 '넘어야 할 산'
기사 작성일 : 2024-09-23 19:00:59


(파리 로이터=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새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새 각료들과 조찬 회동을 하기 위해 총리실에 도착하고 있다.

(파리=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를 운영할 새 중도 우파 행정부가 좌파의 반발과 극우의 견제 속에 23일(현지시간) 정식 출범했다.

미셸 바르니에 총리와 새 내각 구성원들은 이날 오전 총리실에서 첫 조찬 회동을 하고 정부 운영 방향의 큰 틀을 논의했다.

지난 21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니에 총리의 제청에 따라 39명의 장·차관급을 임명한 지 이틀 만이다. 새 내각 구성원 대부분은 중도 범여권과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우파 공화당 소속이다.

이 자리에서 바르니에 총리는 신임 각료들에게 "바르고 겸손하게" 행동하고, "말보다는 행동하며, 말하기 전에 행동하라"고 당부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바르니에 총리는 "허세 부리지 말라"고 각료들에게 경고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아울러 "모든 시민과 모든 정당을 존중하라"며 "이 정부는 공화주의적이고 진보적이며 유럽적인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전날 저녁 프랑스2에 출연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큰 틀의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국가 재정이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 중산층에는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단언하면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초과 이익을 내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재정 위기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바르니에 총리는 이민 문제에 있어서는 새 정부에 "훨씬 더 엄격하게 다루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이웃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민을 통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실용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데올로기나 당파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정치 진영의 이해관계를 따라 이민 정책을 펴진 않겠다는 취지다.

바르니에 총리는 낙태나 인공수정 관련 정책 등 그동안 이뤄온 진보적 조치들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우파 색이 강해진 정부를 향한 외부 우려를 불식했다.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은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해선 "재정적 틀은 유지되길 바란다"면서도 일부 개선을 위해 사회적 파트너들과 대화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바르니에 정부가 야당의 견제를 무릅쓰고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르니에 총리 임명 때부터 내각 불신임을 예고해 온 좌파 정당들은 우파 인사가 대거 포함된 새 정부 명단을 보고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극좌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조합은 정당성도 미래도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이 조합을 없애야 한다"고 별렀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도 이날 유럽1에 출연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내각 불신임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바르니에 임명과 이 정부 구성은 일종의 폭력배의 강도짓"이라고 비판했다.

좌파는 새 의회 회기가 시작되는 내달 곧바로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극우 국민연합(RN) 역시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는지 지켜보고, 여차하면 정부를 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세바스티앙 슈뉘 RN 부대표는 이날 BFM TV에 나와 "이 정부는 감시받고 있다"며 "안보, 이민, 구매력"을 자신들의 최우선 정책 목표로 거론하며 "우리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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