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가로등 교체 사업 특정업체 '스펙박기' 논란
기사 작성일 : 2024-10-11 18:01:19

(나주= 송형일 기자 = 전남 나주시가 빛가람 혁신도시 내 노후 가로등 교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 선정을 위한 짜맞추기식 입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등 말썽이다.


가로등 전면 교체사업이 추진중인 나주혁신도시 전경


[나주시 제공]

11일 나주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혁신도시 노후 가로등을 LED(발광다이오드)로 전면 교체하기로 하고 최근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했다.

인도에 설치하는 보행등을 포함해 가로등 4천144개를 전면 교체하는 사업으로 기초 사업비만 30억원에 달한다.

전체 사업비의 40%가량은 사업을 수주한 업체가 선(先) 부담한 뒤 일정 기간에 거쳐 이자를 얹어 되돌려 받는 이른바 에너지 절약사업(ESCO)으로 추진됐다.

문제는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를 보급해 전기를 아끼자는 취지인 만큼 전등(電燈)의 광학적 특성 기준이 높은 편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이른바 과도한 '스펙 박기'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나주시는 특별시방서를 통해 전등을 구성하는 부품 중 하나인 전원 공급용 컨버터(안정기·SMPS)의 조건을 통상 기준보다 크게 높였다.

추위와 더위를 이겨야 한다며 영하 60도 이하, 영상 90도 이상에서 12시간 방치한 뒤 12시간 이상 켜져야 하는 시험 성적서를 적격 심사 때 제출하도록 했다.

악천후, 온도변화, 낙뢰 등으로부터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는 KS(한국 표준규격·7658) 기준에조차 없는 수준이다.

KS C 7658에서 정한 컨버터의 규격 시험의 온도 기준은 영하 30도와 영상 70도다.

실제로 지상에 설치하는 가로등과 보행등인 만큼 냉동 창고 등에서나 필요한 기준을 적용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 이상 기후를 고려해도 한반도가 영하 60도 이하로 내려가고 영상 90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전남 나주시청 전경


[나주시 제공]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여수국가산업단지 가로등 교체사업(사업비 15억원)을 추진한 여수시도 특별시방서에 KS(7658) 규격만을 따르도록 규정했다.

더 큰 논란은 나주시의 요구에 맞는 컨버터를 장착하고 2종류(50W·120W)의 전등을 생산하는 업체는 전국에서 단 한 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폭염 등 이상 기후를 감안해 기준치를 높인 것은 사실이다"며 "기준 충족 업체가 단 한 곳밖에 없다는 것은 적격 심사서가 들어온 뒤 알았다"고 해명했다.

관련 업계에서 "백번 양보해 불가피하게 문제의 컨버터를 써야 한다면 낙찰된 업체는 이 업체로부터 컨버터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나주시가 공고문에 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업은 가격 입찰이 먼저 진행됐는데 관련 업체 상당수가 문제의 업체로부터 협조받지 못해 적격심사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고사양 제품을 설치하고자 한 것은 맞다"며" 문제가 있다고 보는 만큼 고문 변호사 자문을 거쳐 재공고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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