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비명에 경보음 울리고 경찰 신고…비상벨의 진화
기사 작성일 : 2024-10-23 17:00:34

(송도= 윤보람 기자 = "으악! 도와주세요!"

시연자가 큰 비명을 지르자 주변 전봇대에 달린 경광등이 '삐용삐용' 소리를 내며 울렸다. 바로 직후 반대편을 비추던 폐쇄회로(CC)TV가 시연자 쪽으로 돌더니 관제실에 현장 화면이 떴고 "무슨 일입니까"라고 묻는 경찰관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나왔다.

인공지능(AI)에 소리를 결합한 '비명 인식 비상벨'의 작동 원리다.


AI에 소리를 결합한 '비명 인식 비상벨'


[촬영 윤보람]

국내 기업 ㈜엘마인즈가 개발한 이 제품은 비상벨 버튼을 누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명을 지르면 비상벨이 작동하고, 경찰 신고까지 동시에 이뤄지게 한다.

실내에서는 10∼12m, 실외에서는 5∼10m, 지하주차장에서는 20m 반경에서 발생하는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반응 단어(문장)를 계속 추가할 수 있고 CCTV 작동과 연계돼 사람의 제어 없이도 위험 상황이 발생한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현재는 '사람살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세 종류 문장에만 반응하지만 추후 학습을 거치면 '강도야', '불이야' 같은 말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해당 단어를 말하기만 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높은 음고에 날카롭게 내지르는 듯한 소리를 내야 비명으로 인식한다.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는 "남성, 여성, 어린이, 노인 등 1천여명 이상의 목소리를 녹음해 비명 여부를 구분해낼 수 있게 했다"며 "혹한의 날씨나 폭우 등 열악한 주변 환경에서 오작동 없이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도 무사히 마쳤다"고 설명했다.

음성인식 비상벨은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와 대형 공동주택 등에 일부 도입됐다. 비상 상황 시 각각 지자체 통합관제실과 공동주택 관리실 등으로 연결돼 CCTV 화면이 뜨고 112 신고까지 신속하게 이뤄진다.

또한 일본에 1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으며 현재 영어 기반 제품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으로부터 수출 부문 '치안산업대상'을 받았다.

그는 "1인 가구나 1인 소상공인 등 약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신속하게 도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욕설, 고성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사전에 파악해 알리는 기능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엘마인즈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치안 분야 우수 기술과 제품은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 전시됐다.


요구조자 신속 구조를 돕는 '정밀탐색 기술' 장비


[촬영 윤보람]

연구개발 부문 치안산업대상 수상자인 전주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오투정보기술 등과 개발한 '정밀탐색 기술'은 재난 피해자나 실종자 등을 긴급 구조할 때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위치정보가 끊어지거나 약하더라도 와이파이 송신기를 활용해 구조 요청자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요구조자에게 가까워질수록 와이파이 신호가 세게 잡히는 식이다. 요구조자 기기에서 와이파이 설정이 꺼져있더라도 이동통신사 협조를 받아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주택 밀집 지역에서 경찰관이 일일이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려 수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구조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경찰이 지난해 6개 관서에서 해당 장비를 실증한 결과 66건의 인명 구조에 활용됐다. 올해 8월부터는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서 추가 실증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3차원 위치추정 기술'도 2026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기압센서를 기반으로 한 고도값과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을 활용해 대상자의 위치를 3차원으로 층고까지 정확하게 파악한다.

신변보호 대상자 등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에 해당 기능을 넣으면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치 확인을 거쳐 구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요구조자 신속 구조를 돕는 '3차원 위치추정 기술' 시연 화면


[촬영 윤보람]

박람회장에는 가상현실(VR)을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가 다채롭게 마련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동식 경찰 현장사격 훈련 부스에서는 관람객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테이저건과 권총 사격을 해볼 수 있었다. 피의자에게 최소한의 상처를 입혀 제압하는 기술인데, 기자가 해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VR 교육 콘텐츠도 전시됐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등 여러 모드에 따라 다른 장면이 펼쳐지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모의주행으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운전면허 VR 체험장도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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