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은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한글은 매일 먹는 밥 같아"
기사 작성일 : 2024-12-13 10:00:29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은 공식 행사 때는 아래·위 한글로 디자인된 정장을 입는 뼛속까지 '한글인'이다. 2024.12.13 [한국어진흥재단 제공]

박현수 기자 = "한글은 나에겐 매일 먹는 '밥'과 같아요. 재단을 통해서 한민족 정체성을 재확인했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차세대의 세계화에 필수적인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미국 현지에) 보급하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 한국어진흥재단의 모니카 류(77·한국명 전월화) 이사장은 13일 와 서면 인터뷰에서 2017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8년째 재단을 이끌면서 느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 재단은 이름만 보면 공공기관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전 세계에 한글 보급 운동을 펼치기 위해 1994년 미국에서 설립된 순수 비영리 민간 단체다. 한글 보급 운동과 함께 한국어 교사 워크숍, 예비 교사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연수 등을 하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LA 한국교육원에서의 더부살이를 끝내고 30년 만에 처음으로 독립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의미가 각별하다.

재단은 오는 14일 현지 관계자들을 초청, 창립 30주년 기념식 겸 하우스(사옥) 오픈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사옥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외부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재단이 직접 편찬한 한국어 교재 '에픽 코리안(EPIC KOREAN)' 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미국외국어교육자협회(ACTFL)와 캘리포니아교육청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기존 교과서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에픽 코리안은 여러 곳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채택되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동부, 중부, 북부, 남부와 캐나다, 한국 오산 미군 부대 소속 학교, 아이랜드에서도 교재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죠."

재단의 목표는 미국 내 초·중·고교에 한국어반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현재 217개 정규 학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돼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2만명이 넘는다. 그는 "이를 갑절로 늘릴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어진흥재단 새 보금자리


한국어진흥재단이 설립 30주년을 맞아 외부 도움 없이 처음으로 마련한 자체 사옥. 2024.12.13 [한국어진흥재단 제공]

재단의 또 다른 목표는 'AP 한국어' 개설이다. 대학 과목 선이수제(Advanced Placement·AP)라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으로 고교생들에게 대학 과목을 미리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 과정을 마치고, 좋은 점수를 얻으면, 대학 진학 후 과목을 이수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조기 졸업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AP 한국어' 개설은 한글을 보급하고 널리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류 이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AP 과정을 인정한 지 15년이 됐어요. 하지만 한국어는 3년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2만8천547명이 청원에 참여했습니다."

류 이사장은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 현지 병원에서 종양 방사선 전문의로 봉직하다 2019년 은퇴했다.

지난 2011년부터 재단 이사로 활동했고, 2017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8년째 봉사하고 있다. 2018년 한글 보급에 힘쓴 공로로 대통령상을, 지난 10월엔 '제31회 자랑스러운 경기인' 상을 받았다.

류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제 사옥도 마련했으니 주위에 있는 저소득층, 비한국계 어린이들에게도 무료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칠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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