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석 연휴에도 무더운 날씨
김인철 기자 = 추석 연휴인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분수터널을 지나고 있다. 2024.9.16
이재영 기자 = 폭염, 폭우, 폭설.
2024년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가 한반도에서도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계절이 없었다.
◇ 연일 신기록 '최악 더위'…여름은 물론 사계절 내내 고온
현재까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매달 전국 평균기온이 지난 30년(1991∼2020년)간 평균, 즉 평년기온보다 높았다.
올해 1월과 2월을 포함한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2.4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3월은 기후변화로 날씨가 들쑥날쑥해지면 일상도 뒤죽박죽이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달이다.
올해 벚꽃은 평년보다는 2∼8일 일찍, 전년보다는 1∼8일 늦게 폈다.
유난히 따뜻했던 2월과 전년 봄을 기억한 지방자치단체가 대거 벚꽃축제를 3월 초로 앞당겨 계획했으나 하필 3월 초만 기온이 평년기온을 밑돌면서 다시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치러야 했다.
4월과 5월에는 다가올 여름 '최악의 폭염'을 예고하듯 계절은 봄인데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나타나기 일쑤였다.
6월부터 9월까지는 전국이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올여름 더위는 1994년과 2018년을 제치고 최악으로 꼽힌다.
6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전국 평균 2.8일로, 하루가 안 되는 예년(0.7일)보다 훨씬 많았다.
계속되는 찜통 더위
(대구= 윤관식 기자 = 무더위가 이어진 5일 대구 중구 반월당사거리 인근 달구벌대로에서 시민들이 열기로 가득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4.8.5
서울에서는 6월 21일 밤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은 재작년 최초로 6월 열대야를 겪고 3년 연속 6월에 열대야가 발생했다.
기온은 6월 중순 이후로 사실상 여름 내내 평년기온을 웃돌았다.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은 장마철에도 대체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더위는 장마가 종료된 7월 하순부터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으면서 심화했다. 이에 8월은 전국 평균기온(27.9도), 최고기온 평균(33.0도), 최저기온 평균(24.1도)이 모두 역대 1위를 찍었다.
올여름 더위의 특징은 고온다습한 바람에 밤더위가 더 심했다는 점이다.
실제 올여름 폭염일은 24.0일로 역대 3위였고, 열대야일은 20.2일로 1위였다.
최악의 더위는 9월까지 이어졌다.
선선한 날씨 속에 풍성한 수확을 즐겨야 할 추석(9월 17일)에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추석 밤마저 열대야였고, 연휴 마지막 날까지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유지됐다.
서울 등은 사상 첫 '9월 폭염', 강원 춘천 등은 첫 '9월 열대야'를 겪었다.
서울에선 9월 19일 밤에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였다. 서울 외 제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가장 늦은 열대야 기록이 바뀌었다.
10월과 11월도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2위와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따뜻했다.
12월도 9일까지 평균기온이 3.8도로 예년보다 높은 편이다.
올해 한반도 주변 바다도 펄펄 끓었다.
봄, 여름, 가을 모두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전 지구적으로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것처럼 한국도 2024년이 손꼽히게 뜨거웠던 해로 남을 전망이다.
물에 잠긴 부산 강서구 도로
(부산= 2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동 일대 도로가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 2024.9.21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비와 눈, 한 번 쏟아질 때 '물 폭탄·눈 폭탄'
비와 눈도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장마철 비는 전국 평균 474.8㎜로 많은 편엔 들었지만 특이하게 많진 않았다.
다만 한 번 쏟아질 때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져 피해를 일으켰다.
7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1시간 동안 146.0㎜ 비가 퍼붓는 등 1시간에 100㎜ 이상 비가 내린 사례가 9건이나 있었다. 경기 파주시(판문점)엔 7월 17∼18일 이틀간 비가 634.5㎜나 오기도 했다.
장마가 끝난 뒤엔 비가 종적을 감추면서 가을 들어서는 가뭄을 걱정해야 했다.
여름 전체에 내린 비(전국 평균 602.7㎜) 가운데 장맛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8.8%에 달했는데,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은 2개로 평년(3.4개)보다 적었다.
특히 올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가운데 '여름태풍'과 '가을태풍'은 각각 8개와 15개로 예년(11개와 10.7개)과 달리 가을태풍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1월엔 4개 태풍이 동시에 발생해 활동했는데 4개 이상 태풍이 동시에 존재하기는 11월로선 처음이고, 월을 구분하지 않고는 1994년 후 30년 만이다.
폭설에 쓰러진 나무
(진안= 대설 특보가 내린 11월 28일 오전 전북 진안군 반월리의 한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있다. 2024.11.28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월 27∼28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서울에 28일 눈이 28.6㎝ 쌓였는데 겨울을 통틀어 역대 3번째로 많은 '가을눈'이 쌓인 것이었다. 경기 수원에서는 역대 최고 적설(28일 43.0㎝)이 기록됐다.
이례적인 날씨의 원인을 톺아보면 결국 예년보다 뜨거운 지구와 마주한다.
지난 폭설도 서해가 예년보다 뜨거워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더 잘 발달하고 눈구름대에 수증기가 많이 공급됐기 때문이었다.
극한 기상현상 피해는 수치로 확인된다.
올여름(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온열질환자는 3천704명, 온열질환에 따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사람은 34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11월 폭설 피해액은 지자체 확정액만 수백억 원으로, 2005년 이래 폭설 피해액으로는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