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앞둔 트럼프-시진핑, 무역·대만 '샅바싸움'
기사 작성일 : 2025-01-18 04:00:56

트럼프 당선인과 시진핑 주석


[AFP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사흘 앞둔 17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전화 통화로 '샅바 싸움'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미중 정상 자격으로 수차례 대좌한 두 사람은 트럼프의 작년 11월 대선 승리 이후 처음이자 4년여만에 현안을 둘러싼 실질적 소통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오는 20일 취임을 축하하는 인사 성격도 있었지만 건곤일척의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의 관계를 반영하듯, 탐색전부터 핵심 현안을 두고 날카로운 '잽'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시 주석과 나는 세계를 더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고, 시 주석은 통화에서 "상호 성취와 공동 번영으로 양국과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제시된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과 마약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통화 내용을 소개한 SNS 글에서 "나는 우리가 많은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하며 이런 일은 즉시 시작되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무역 균형,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 틱톡과 다른 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소개한 '무역 균형' 언급은 결국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완화에 대한 의지 표출로 풀이된다.

자신의 집권 1기 때의 미중 무역합의에서 중국이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자신이 취임하면 시행하겠다고 공언해온 대중국 신규 고율 관세에 대해 운을 뗐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행한 대중국 고율 관세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미국과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강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난 중국과 합의에 포함된 구매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중국에 지난 4년간 지키지 않은 구매량까지 채우라(catch up provision)고 독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도 시 주석에게 직접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을 수 있어 보인다.

시 주석이 이날 무역과 관련해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호혜·윈윈으로, 대결과 충돌이 우리의 선택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중국 측 발표로 미뤄 시 주석은 미측의 추가적 고율 관세 부과 구상 등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펜타닐 관련 언급은 중국산 펜타닐 원료가 멕시코에 수출된 뒤 가공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는 흐름에서, 출발점에 해당하는 중국이 더 강력한 원료 수출 단속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계 동영상 공유 사이트 틱톡에 대해 언급한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작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법에 따라 오는 19일 미국 내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될 상황에 처한 틱톡에 '구명조끼'를 입히는 방안이 트럼프 당선인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은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 중단을 유예하는 구상에 대해 언급했거나, 틱톡과 관련한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우려에 대해 밝히고 설명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중국의 오랜 외교 레토릭인 "핵심이익과 중대 우려에 대한 상호 존중"과 함께 대만 문제에 대한 "신중한 처리"를 요구했다.

핵심이익과 중대 우려 존중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 미국의 전방위 견제에 직면한 중국이 자국의 '주권' 관련 주장과 발전 이익이 결부된 문제에서 미국 공세의 예봉을 꺾기 위해 써온 표현이다.

중국을 누르려 하지 말고 양대 대국이 공존하자는 취지인데, 이날 시 주석이 비중 있게 거론한 대만 문제는 중국이 근래 들어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라고 표현해온 것이다.

이날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에 관계된 일로 미국이 신중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결국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리 대만 문제에 대한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당선인 시절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금기를 깬 전화통화를 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해 중국을 경악하게 한 적이 있다.

시 주석으로선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만은 중국 입장에서 '양보 불가능한' 사안임을 재각인시키는 의미와 함께, '거래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에게 대만 문제는 자신들이 가장 중시하는 사안임을 알리는 의미를 동시에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이는 2030년 이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발언과 맞물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시 주석 간에 대만의 '현상 유지'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유사시 미국의 대만 방어에 대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몇차례 공언과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모호성은 결국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중평이기에 중국과 대만은 트럼프의 관련 입장을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유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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