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밈코인'에 가상화폐 업계 허찔려"…신뢰 훼손 우려도
기사 작성일 : 2025-01-22 11:01:00

트럼프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 가상화폐' 정책을 기대 중인 코인업계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밈 코인 발행으로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전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를 발행한 데 이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밈 코인 '오피셜 멜라니아 밈'까지 출시된 데 대해 이러한 업계 반응을 전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22일 오전 9시 50분 기준 트럼프 코인 가격은 43.79달러이고, 시가총액은 87억5천만 달러(약 12조5천억원)로 전체 가상화폐 가운데 22위다. 멜라니아 코인의 시총도 8억1천만달러(약 1조1천억원)에 이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2022년 대형 거래소 FTX 파산 이후 공들여 구축해왔던 가상화폐 신뢰성이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밈 코인 흥행으로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밈 코인은 내재적 효용 없이 패러디나 농담 등에 기반해 만들어지는 투기적 성격의 가상화폐를 가리킨다.

가상화폐 리서치업체 메사리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라이언 셀키스는 본인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이지만 멜라니아 코인 출시를 조언한 참모를 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멜라니아 코인이 나오자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그들(참모)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돈과 호감도를 쓰도록 했다"면서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코인에 들어왔던 자금 일부가 멜라니아 코인 출시 이후 그쪽으로 빠져나가면서 트럼프 코인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멜라니아 밈 코인도 나왔어요'


[멜라니아 여사 엑스 계정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화폐 투자자이자 민주당 지지자인 마크 큐번은 "사람들이 밈 코인을 가상화폐 산업의 기반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인 발행을 발표했을 때 업계 인사 수백명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연에 참석 중이었는데, 다수는 코인 발행에 대해 몰랐고 알더라도 소셜미디어 계정 해킹을 의심하며 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밖에서도 비판이 나오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명백한 부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 관련 리드래그리포트를 발행하는 마이클 게이드는 "전반적으로 혐오가 있다"면서 "대통령이 취임 직전 사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전체 업계 생태계를 조롱하는 상황에서 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봤다.

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상당 부분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에 귀속되는 만큼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밈 코인의 홈페이지를 보면 코인 공급량의 80%는 차남 에릭이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 그룹 계열사 2곳(파이트파이트파이트 및 CIC 디지털)이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번 일을 계기로 가상화폐에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규제에 앞장섰던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물러나고 가상화폐 친화적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하는 가운데, 최근 솔라나·리플 등의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SEC에 신청된 상태다.

이날 금융업체 렉스파이낸셜과 오스프레이펀드는 SEC에 트럼프 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ETF 승인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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