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최윤범, 탈법적 순환출자…위법 소지"
기사 작성일 : 2025-01-23 11:00:20

고려아연 주총장 밖 피켓 시위


임화영 기자 =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연맹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3 [공동취재]

김동규 송은경 기자 =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은 23일 임시주총 전날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내세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행위가 '탈법적 순환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036560]은 자사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거래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SMC는 고려아연이 호주에 세운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설립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회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를 통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10%를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임시주총 전날 이뤄진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의 영풍 지분 매도로 고려아연과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갖게 됐으므로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MBK는 영풍 지분을 취득한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2013년 한라그룹 사례에서도 입증됐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당시 한라그룹은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로 이어진 출자 관계에 있었는데, 만도는 재무적으로 어려워진 모회사 한라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그 결과 상법상 상호주 요건에 해당돼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만도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됐으나, 마이스터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시켜 의결권을 부활시켰다.

이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의원은 유한회사의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서 구호 외치는 노조원들


임화영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3 [공동취재]

아울러 순환출자 형성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되고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고려아연은 '국내 계열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MBK는 "국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회사인 SMC를 동원하고서 외국회사인 SMC에 대해 국내 상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오로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이뤄진 갑작스러운 SMC의 영풍 주식 취득으로 인해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잠탈하는 탈법적 행위가 이루어졌고 그밖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MBK 측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며 "SMC는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전날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SMC의 법적 성격을 '유한회사'로 밝혔으나, 이날 오전에는 'Australian Proprietary Limited (Pty Ltd) Company'로 정정했다.

이어 "상법 교과서와 해설서를 봐도 외국기업이라도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 상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 없고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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