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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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리 기자 =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중국 견제에 확실히 방점을 찍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주 있을 첫 외국순방에 파나마가 포함돼 파나마 운하 운영권 환수가 논의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는 등 '국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외교'라는 취임 일성이 신속하게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사안이 탄핵정국에 따른 혼란 속에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을 받아 다음날인 21일 취임했다.
한층 막강해진 미국우선주의로 무장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사령탑인 루비오 장관이 취임 당일 데뷔 무대로 택한 일정은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였다.
취임 첫날부터 대중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핵심 협의체를 가동하는 행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외교의 1순위 과제가 대중 견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대중 매파로서의 정체성을 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쿼드 공동성명에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중국을 겨냥해 통상적으로 쓰이는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겨냥해 분명히 경고를 한 셈이다.
쿼드 외교장관 회의. 왼쪽부터 일본, 인도, 미국, 호주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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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은 취임 이틀째인 22일에는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에 이어 수기오노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대중 견제 행보를 이어갔다.
통화에서는 남중국해 안보가 주요 의제가 됐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마날로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행동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국제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이 다음주 파나마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를 방문한다는 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취임 후 첫 외국 순방이다.
파나마 방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운영권 환수를 주장하는 파나마 운하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 대응 역시 주된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웃국이자 핵심 동맹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첫손에 꼽았다. 당시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직접 방문은 하지 못하고 상대국 외교장관 등과 화상회담을 했다.
루비오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대중 견제를 비롯한 미국 국익에 방점을 찍고 분주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해 한국의 대미 외교와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들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쿼드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점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쿼드 정상회의나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엔 빠짐없이 들어갔던 표현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회의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도 청문회에서 같은 표현을 썼던 터라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서 비핵화 목표가 빠지고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감소시키는 쪽으로 초점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핵군축이나 핵동결 등 이른바 '스몰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 트럼프와 루비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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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루비오 장관과 통화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협력 증진 방안이 논의됐다면서 한미일 3자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며 대북·대중 대응을 포괄해 '공동의 도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에서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언제쯤 통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거론하고 핵보유국이라는 표현도 쓴 데다 동맹에 대한 관세 전쟁도 불사할 태세로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까지 지시한 터라 한국으로서는 신속한 정상급 소통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데 이어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하고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루비오 장관 등 핵심 외교안보 참모와 잇따라 대면 회담하는 등 2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