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데뷔전 트럼프, 관세 등 공개위협…"동맹국도 배척" 지적
기사 작성일 : 2025-01-24 13:01:02

트럼프 대통령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 장면


[AFP=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집권 2기 출범 후 가진 첫 국제무대 복귀 연설을 세계 지도자들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재확인하며 관세는 물론이고 유가와 금리까지 동원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겠단 의지를 시사했다.

외신들은 이번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자유시장 규범을 거스르고 필요하다면 동맹까지도 배척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교역국들을 관세로 압박하겠다는 뜻을 되풀이했다.

특히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거론하며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관세를 맞겠지만,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법인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강온' 레토릭을 구사했다.

그는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라며 하지만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유럽연합(EU)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기회로도 활용했다.

그는 미국이 EU와의 교역에서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EU는 우리를 매우 매우 불공정하고 나쁘게 대우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EU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를 규제하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그는 "EU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세금이다"라며 "우리는 EU에 매우 불만이 크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과징금을 '일종의 세금'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가 앞서 예고한 '세금 보복' 방침과 연관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외국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 내 해당국 기업에 두 배 높은 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 빅테크에 대한 EU의 규제를 겨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비를 5%로 올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캐나다에 대해서도 무역 적자 문제를 언급한 뒤 "당신들은 언제든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수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비판 일부는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인 EU와 캐나다를 향한 것이었다며 그가 관세를 무기로 그들의 대미 무역흑자를 질책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 화상연설 듣는 청중들


[EPA=. 재판매 및 DB 금지]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와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압박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 늦어지는 데에는 고유가 탓이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 에너지 수출인 만큼, 여기에 타격을 줌으로써 러시아에 종전 협상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사실 그들(OPEC)은 어느 정도 지금 벌어지는 일에 매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연설에서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이후 별도 행사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을 만나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포럼에서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이 가지는 장점을 크게 칭찬했다.

지난 20일 취임과 동시에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재탈퇴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더 늘리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첫 국제무대에서 역시 같은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말도 안 되고 엄청나게 낭비적인 그린 뉴딜을 중단했다. 나는 이것을 녹색 사기로 부른다"면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세계 재계 지도자와 정치인 등 엘리트로 구성된 청중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투적인 어조'로 연설했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나흘째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처음 한 발언에서 "그의 두 번째 임기가 미국 안팎의 자유시장 규범을 따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이행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동맹국도 배척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며 그가 이번 포럼을 이용해 "글로벌 엘리트들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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