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도 삼바 분식회계 인정 안해…"회계처리 회사 재량"
기사 작성일 : 2025-02-03 19:00:31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이재용, 항소심 무죄


임화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2.3

이미령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건 합병 결정과 합병비율 산정 등 일련의 과정이 적법했다는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1심 선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행정법원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하고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 주력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년 행정법원 판단과 달리 '자본잠식 회피' 목적의 회계처리를 인정하지 않았고, 회계처리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실제와 부합한 재무제표가 만들어졌으므로 분식회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 D-1일


신현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작년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2024.2.4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특히 합병과정에서 이 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자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 대해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다.

해당 의혹은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보유 관련 구체적 사실을 은폐하다가 2015년 합병 과정에서 콜옵션을 부채(1조8천억원)로 반영해야 하자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회계처리 방식을 갑자기 바꿨다는 것이 뼈대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지배력 상실 회계처리)함에 따라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천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천억원)으로 재평가했다.

1심은 2015년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유럽 판매 승인 권고 등 사업 성과로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됐고 삼성바이오는 그에 따라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이라며 사실상 삼성 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놓으면서 분식회계 여부는 항소심 쟁점으로 주목받았다.

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2015년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별다른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삼바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처리를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를 반영해 2심에서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재용 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무죄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2.5 2024.2.5

그러나 이날 2심은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회피하고자 허위 논리를 만들어 회계처리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 이후 콜옵션 회계처리에 관해 문제가 제기되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던 중 과거 회계처리를 수정해야 할 가능성에 부담을 느껴 이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다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방안을 선택하고 그 결론에 부합하는 실제 증거들을 수집했을 뿐"이라며 "그 과정에서 자본잠식과 대규모 영업 외 이익 발생에 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놨다.

검찰은 주된 기소 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혐의 사실로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바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콜옵션이 2015년에 이르러 실질적 권리가 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2심은 이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들이 특정한 의도나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다만 그럼에도 회계처리 결과 자체가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전체적으로 그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내일 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


신현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작년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2024.2.4

또 2015년 이전 바이오젠의 콜옵션 관련 정보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회계기준에 비추어 공시가 일부 미흡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회계처리에 관한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이런 공시가 의무는 아니었다는 교수 증언 등을 들며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관련 사실 누락이 "중과실은 될 수 있어도 고의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1심에서 증거능력이 부정된 자료를 다른 저장매체에서 추출하는 등 증거능력을 인정받고자 했으나, 2심 역시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