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외원조 중단에 아프리카 구호활동 '몸살'
기사 작성일 : 2025-02-04 00:00:58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 유현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외 원조를 일시 중단한 뒤로 아프리카 곳곳의 구호 활동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해외 원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치료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3년부터 22년간 원조가 이뤄졌다.

초당적인 지지를 받은 이 프로그램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2천50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으며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고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중단된 해외 원조 프로그램에 이 사업도 포함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저개발국의 병원과 일선 단체 등에 대한 PEPFAR의 자금 송금을 차단했다.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지난달 26일 오후 6시부터는 일선 당국자들이 활용하던 PEPFAR 데이터 시스템도 폐쇄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당하고 병원 예약이 취소되는 등 HIV 감염자가 갑작스러운 치료 중단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HIV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론 모초알레디 보건부 장관은 미국의 원조 중단 조치 이후 "세계가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초알레디 장관은 미국이 연간 23억 달러(약 3조4천억원) 규모의 남아공 HIV/AIDS 프로그램 중 17% 정도를 PEPFAR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00만명 이상의 HIV 감염 환자가 있는 남아공에서 PEPFAR가 매일 550만명에게 생명을 구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2023년 남아공에 지원한 약 4억4천만 달러(약 6천450억원) 중 3억1천500만 달러가 HIV/AIDS 프로그램 관련 자금이다.

전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하자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의약품, 의료 서비스, 식량, 쉼터 등 생명을 구하는 지원 프로그램은 원조 동결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대상은 명확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미국의 원조 중단으로 문 닫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HIV 환자 치료 센터


[로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는 PEPFAR 자금을 받는 많은 단체가 원조 중단으로 문을 닫았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루비오 장관의 면제 조치가 발표된 지 며칠이 지난 후에도 PEPFAR 지원 시설은 여전히 문을 닫은 채 HIV 환자들을 정부 병원과 진료소로 돌려보냈다.

이런 질병 대응뿐만 아니라 짐바브웨의 여자 어린이 교육, 우간다의 무료 급식, 남수단의 홍수 이재민 지원 등 아프리카 곳곳에서 다양한 구호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우간다에서는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무료 급식 등 보편적 교육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으나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아이들에게 등교하지 말라는 통지가 내려왔다고 남아공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은 보도했다.

남수단 북부에서는 홍수로 집을 잃은 3천명의 주민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국제단체로부터 구호를 약속받았으나 자금 지원 중단 결정으로 불투명해졌다.

짐바브웨에서 현지 소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조혼하지 않도록 돕는 한 활동가는 최근 모든 활동을 즉시 중단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 활동가는 AP통신에 "예고도 없이 모든 것을 중단해야 했다"며 "트럼프가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데에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을 수 있지만, 구호 현장에는 재앙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많은 아프리카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아프리카 대륙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질병 대응과 교육 프로그램 지원, 무료 급식, 이재민 구호 등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흐름을 막는 세계 최대 기부국의 갑작스러운 해외 원조 중단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제 원조가 지출 검토를 위해 90일 동안 중단됨에 따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AP통신은 짚었다. 미국은 작년 이 지역에 65억 달러(약 9조5천억원) 이상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했다.


미국의 원조 중단으로 문 닫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소웨토의 HIV/AIDS 치료 센터


[AP=.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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