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2천334억 드러난 우리금융…동양생명 인수 어떻게 되나
기사 작성일 : 2025-02-04 11:00:23

우리은행 본점


[ 자료사진]

임수정 기자 = 4일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2천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정기겸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바탕으로 도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경우 두 생보사 인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당대출만 2천334억…현 경영진서 60% 넘게 취급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는 우리·NH·KB 등 여러 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가 담겼지만,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우리금융 검사 결과다.

금감원은 작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정기검사 일정까지 앞당겨 자산 건전성과 내부통제 등 경영 실태 전반에 대해 고강도 검사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며 동양·ABL생명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리며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각된 점도 이날 이목을 모은 요인이다.

금감원은 당초 작년 12월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후폭풍으로 새해 초로 한차례 연기한 데 이어 이달 초로 재차 연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매운맛'을 예고하기도 했다.

검사 결과,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은 기존에 알려진 350억원 이외에 추가로 380억원이 적발돼 총 73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특히 금감원은 이 중 451억원(61.8%)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시기인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고 별도 명시했다.

금감원이 손 전 회장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해 임 회장 등 현 경영진 '책임론'을 강조해온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달성을 위해 부당대출 1천604억원을 취급한 것도 새롭게 담긴 내용이다.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특히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A씨는 같은 교회 교인인 대출 브로커를 부하 직원이던 지점장 B씨에게 소개해줬으며, B씨는 해당 브로커를 통해 17억8천만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3천800만원의 뒷돈을 챙긴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에서 확인한 부당대출이 총 2천334억원인데, 이는 비슷한 시기 검사가 진행된 KB국민은행(892억원), NH농협은행(649억원)과 비교해도 두드러지는 규모다.

박충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날 진행된 사전 브리핑을 통해 "(우리금융) 내부통제와 조직문화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의도적으로 평가데이터를 왜곡해 손실액을 숨긴 점, 자본비율 관련 리스크 인식·측정을 미흡하게 해온 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실채권(NPL)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우회 지원한 점 등도 지적받았다.

◇ 종합등급 2→3등급 하향하나…경영실태평가 신속 결론

금감원은 이날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도출되는데 우리금융은 현재 2등급이다.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강도 높은 검사를 벌여온 데다가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 문화 등을 지적한 만큼 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인수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가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되고 평가 비중도 기존 5%에서 15%로 3배가량 대폭 상향 조정된 점도 평가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2천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 및 사고 이후 보고·수습 등 전 과정에서 '내부통제 실패'가 발견됐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절차도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하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신준희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10

임종룡 회장은 생보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결론적으로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는 불과 20분 간격으로 열렸다.

금융당국의 인수 불승인으로 계약이 틀어질 경우 인수가의 약 10%인 1천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 이러한 주요 사항도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박충현 부원장보는 "일을 하면서 여러 계약서를 많이 봤는데, 당사자(우리금융) 과실이 없는데도 제3자(당국) 요인으로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제재 절차와 '투트랙'으로 분리해 신속하게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제재 절차 완료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지주로부터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심사에 착수했다.

금융위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심사 기간이 60일이라 원론적으로는 3월 중순에 발표가 나야 하지만, 자료 제출 기간은 빠지게 돼 있어 최종 결론은 4월 이후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전에 금감원이 3등급으로 종합등급을 내려도 금융위에서 '인수 승인'을 결정할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의견을 달아서 올리겠지만, 금융위에서 결국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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